보은+코드+회전문, ‘그때 그얼굴’ 컴백…靑 특보 5명 임명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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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7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4명을 대통령정무특보로 내정하고 지난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으로 복귀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에게 정책특보를 겸임토록 한 것을 놓고 말이 많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당정 간 원활한 소통’을 특보단 확대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당이 간판을 내리느냐 마느냐 하는 판국에 무슨 당정 소통이냐”는 싸늘한 반응이 적지 않다.

발표 시기도 미묘하다.

열린우리당이 10·25 재·보궐선거에서 완패한 뒤 ‘헤쳐 모여’식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 관련 논의가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 레임덕을 최대한 막고 향후 전개될 정계개편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정무특보 확대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이 전 총리가 눈길을 끈다.

그는 한때 일상적 국정 운영을 책임지며 ‘실세 총리’ ‘2인자’ 소리를 듣다가 3·1절 골프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한 뒤 당내 활동을 자제한 채 조용히 지내왔지만 1997년 김대중 정부 탄생과 2002년 정권 재창출,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 등에 깊숙이 개입했던 여권의 핵심 브레인이다.

문재인 전 민정수석비서관도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시민사회수석을 한 번 지낸 대표적인 ‘노무현 사람’이다. 특히 그는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정권’ 발언으로 열린우리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으며, 그 여파로 법무부 장관 후보군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 두 사람을 정무특보로 기용함으로써 여당 내 기류와 상관없이 향후 예상되는 정치권 ‘새판 짜기’ 국면에서 정국 운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날 윤태영 대변인이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지역적인 분할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데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5·31지방선거 때 각각 충남지사와 광주시장 후보로 차출됐다가 낙선한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의 정무특보 기용은 정계개편이나 임기 말 국정운영과는 무관한 ‘보은인사’라는 측면이 강하다.

둘 다 행정 관료 출신으로 당과는 별 인연이 없어 정무특보라는 직함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광역단체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장관급 인사들을 배려하고 지역 여론 수렴 역할도 맡기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경기지사에 출마했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무특보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시장에 출마했던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역시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다.

한편 김 전 부총리에게 정책특보 임무를 추가한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대통령정책실장을 거쳐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의혹 등으로 낙마한 그는 정책기획위원장으로 복귀하면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이런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책특보라는 직위까지 얹어준 셈.

청와대 측은 “남은 임기 동안 원활하게 국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당정 간 협의를 비롯한 정무 정책적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특보는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당정 분리를 강조해 온 청와대가 뒤늦게 정무 기능을 강화한 것을 놓고 여당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인사는 보은인사, 회전문 인사 등 노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을 총망라한 백화점식 코드인사다. 정계개편을 주도하고 대선을 관리하기 위한 저의가 깔려 있다. 꼼수를 부리면 좌시하지 않겠다”(나경원 대변인)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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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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