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공조 합의 어려워 “포괄적 접근” 봉합한 듯

  • 입력 2006년 9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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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양국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양국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회담 준비하는 부시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가운데) 등 보좌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5일 어깨 부위의 근육 파열을 치료하는 수술을 받아 왼쪽 팔에 보호대를 착용했다. 워싱턴=연합뉴스
회담 준비하는 부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가운데) 등 보좌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5일 어깨 부위의 근육 파열을 치료하는 수술을 받아 왼쪽 팔에 보호대를 착용했다. 워싱턴=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그동안 한국 정부 내의 ‘자주’ 움직임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표출된 한미동맹의 균열 때문에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공동조치’를 취하기로 원칙 합의했을 뿐 내실 있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조금씩 금 가는 한미동맹의 결속을 다시 다지기 위한 두 정상의 만남, 하지만 거리를 눈에 띄게 좁히지는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무엇일까.

13일 한국 측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미국 측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브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협의’를 갖고 “한미 정상은 협의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양국이 취할 공동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양국 정상이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과 외교 실무라인이 합의한 ‘공동 조치’는 동일한 내용으로 보인다.

▽대북 금융제재 접점 찾았나=두 나라 정상은 “포괄적 접근방안을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성안되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양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과 방식에 대해서도 공동의 의견을 내놓았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어야 하고,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보상으로 대북 경제협력과 에너지 제공, 궁극적으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약속한 9·19공동성명의 이행에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각에서는 ‘공동 조치’ 또는 ‘포괄적 접근방안’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2+2협의’를 통해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해 접점을 찾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금융제재와 관련해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양보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은 1년 전인 지난해 9월 15일 “북한이 BDA를 통해 위조달러를 유통시키고 돈세탁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금융제재 조치를 취했고 이 문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거부의 명분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미 간에 이 문제에 대해 공동 조치를 취할 경우 6자회담 재개의 청신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계속 금융제재를 고집하다 북측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에 국제 사회의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낼 창의적 방안=송 실장은 13일 “양국의 공동 조치에 구체적인 해법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를 해 왔고 양국 정상이 정상 차원의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제재 조치 해제 없이는 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북한과 금융제재와 6자회담은 별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국 간에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미국이 현재 불법, 합법 거래를 가리지 않은 채 ‘의심 가는’ 북한 계좌를 무작위로 통제하는 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즉, 합법 거래 부분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

이 밖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6자회담의 틀 안에서 BDA 문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하는 방안도 북한에 대한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상적인 단어로 얼버무려’=그러나 두 나라 정상이 ‘공동 조치’ ‘포괄적 접근방안’에 합의했다면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6자회담에 실제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는 공동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카드로서의 실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추상적인 단어로 얼버무릴 만큼 합의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2+2협의’에서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개성이 강한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각론’을 얘기하다 적잖은 이견을 보였거나 아예 얘기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미 양측의 견해차는 하루아침에 극복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미 측은 “금융제재는 국내법 위반에 관한 사안이므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절대 불가”라는 방침을 견지해 왔지만 한국 측은 “제재 일변도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간접적으로 요구해 왔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깊이 간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북한의 계속된 6자회담 거부로 미국 정부에서는 6자회담을 깨자는 강경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며 “양국 정상이 다시 한번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겠다는 선언은 선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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