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경 "언론은 부처님 손바닥에 오줌 싼 손오공"

  • 입력 2006년 8월 3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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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 노사모대표
노혜경 노사모대표
노혜경 노사모 대표는 2일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퇴와 관련해 언론을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오줌 싼 손오공’에 비유하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노 대표는 이날 노사모 홈페이지에 올린 ‘김병준 부총리 임명에서 사의까지…지식인 사회의 패배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참여정부는 잘 한 일들이 참 많은데, 대통령에게 막말하는 게 벼슬처럼 돼 버렸다”며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 대통령은 잘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지식인 사회의 역할이 축소되고 파괴되어 가는 어둠이 있다”며 “그것은 지식인들이 선도해야 하는 사회적 담론의 자리에 언론이 주도하는 여론몰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표는 김 부총리 청문회와 관련해 “종이신문이 제기한 물의를 공중파를 통해 직접 전달해 해명하고 명예를 일정 회복하는 행운을 누렸다”며 “이런 행운이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의 지식인 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했다”며 “정확히 말하면 일부 기자들이나 수준 낮은 칼럼니스트들이 사회의 공론을 장악하는 동안, 김대중 정부 당시 사회의 건강한 담론을 생성시키는 데 힘을 발휘한 논객들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다음은 노혜경 대표 글 전문>

참여정부 들어 잘 한 일들 참으로 많습니다. 가장 잘 한 일은, 사회에 이의제기와 토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다른 말로 권위주의의 타파라고 하지요.

권위주의가 타파되다 못해서 대통령에게 막말하는 게 벼슬처럼 되어버린 부작용도 낳았습니다만,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오줌싼다 해서 손오공이 부처님보다 우월한 건 아니지요. 그런 행위는 다만 지켜야 할 금도를 스스로 설정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금단증상일 뿐입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 됩니다.

언론이 다루고 있는 이슈들만 보아도, 5년전과만 비교해도 놀랄 만큼 이슈 자체가 건강해졌습니다. 10년전과 비교하면 더 확연합니다. 친인척 비리, 공무원 부패 같은 어둡고 답답한 사건들이 정치면을 가득 메웠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잘되었느니 못되었느니 하는 이야기들로 넘쳐납니다.

노사모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왜 저런 것을 문제삼아 일없이 괴롭히는가 답답하지만 나라 전체로 보아서는 크나큰 전진입니다. 언론이 정책을 문제삼다니요, 그것도 디테일하게!!! 막연히 잘했다 못했다를 재단하는 낮은 수준이 아니라 나름으로 구체적인 문제들을 거론한다는 건 언론도 자체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겠지요. 이는 참여정부 언론정책의 일정한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의 이의제기가 잘되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비판의 기준이 합의되지 않고 기자와 글쓴이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정기준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매체를 소유하고 정보를 많이 지닌 자가 주장할 때 거기에 마땅히 반박할 근거나 이유가 없는 일반 국민은 따라가게 마련이지요. 반론을 하는 사람에게 지면의 공평을 보장해주지 않는 지금의 언론상황은 그 자체가 의도하지 않은 언론독재의 상황이 되어갑니다.

김병준 부총리는 부총리였으므로 청문회를 요청할 수 있었고, 뉴스에 목마른 언론의 속성은 그 청문회를 생중계함으로써 종이신문이 제기한 물의를 공중파를 통해 직접전달로 해명하고 명예를 일정 회복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운이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물론 저는 이것이 기준을 정하기 위한 과도기적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합의가 되기만 한다면 금세 시정될 수 있는.

그러니, 이제 거대권력만이 아니라 미시권력들의 문제도 다루기 시작해야 하겠지요? 사회적인 합의를 담보하는 언론이 공적 책임을 무시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 즈음에서 저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대통령이 잘 하고 계신 이면에 서린 어둠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식인 사회의 역할이 축소되고 파괴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식인을 학자가 아니라 발언하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인의 한국에서의 소임을 저는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공권력에 맞서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보존하는 일이며, 또 하나는 시민권력이 창출해낸 국가권력을 시민에게 이롭도록 운영하는 일입니다.

참여정부 들어 전자의 기능이 축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후자의 기능은 활발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즉, 지식인 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한 것입니다. 언론이--정확히 말하면 일부 기자들이나 수준낮은 칼럼니스트들이 사회의 공론을 장악하는 동안, 김대중 정부 당시 사회의 건강한 담론을 생성시키는 데 힘을 발휘한 논객들은 사라져갔습니다. 사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이 사라져간 것입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요소들도 많습니다. (주류매체들과 인터넷의 대립이 야기한 문제들은 중요하지만 이 글에서는 생략합니다.)

언론운동과 학술운동, 문화운동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 대부분의 90년대 이후 시민운동권 지식인들은 대개 진보진영에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은 머물러 현재를 가꾸는 일보다는--그것은 정치운동권 사람들에게 맡겨두고--내일을 위한 비전을 구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문제는, 참여정부가 바로 시민권력이 창조해낸 최초의 공권력이었다는 것입니다. 정치운동권의 지향이 아니라 시민운동권의 지향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입니다. 리얼리티는 언제나 구차하고 비전은 언제나 푸릅니다만, 시민운동권이 리얼리티의 진흙밭으로 뛰어들지 않았던 일, 푸르른 비전을 더 푸르게 하는 데 골몰한 일, 그리고 뛰어들 수 있는 제대로 된 길을 청와대가 열어주지 못한 일들이 저는 이 정부의 가장 큰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이번 사태를 통해 잘 보여지고 있습니다. 생의 맥락과 진상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사건 하나하나마다, 구체는 구호에 자리를 양보합니다. 구체적인 생의 맥락을 타고 사건을 해독해야 할 지식인들의 기능이 멈추고, 그 자리를 유사지식인들의 구호성 선동이 들어앉았기 때문입니다. 지식인들이 선도해야 하는 사회적 담론의 자리에 언론이 주도하는 여론몰이가 들어앉았습니다. 이 비극성이 이번 사태를 통해 잘 드러났습니다.

이쯤에서 노사모가 김병준 부총리 사태의 전말을 지켜본 결과를 시민사회를 향해 이야기해야 하겠지요?

의견을 댓글로 달아주십시오, 성명서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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