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형제관계 금가나

  • 입력 2006년 7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몸이 축 처져 있었다. 얼굴은 초췌했고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너무 실망이 컸던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 해결을 위해 10일부터 5일간 북한을 방문했다가 돌아온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모습이다.

우 부부장은 15일 오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의 방북 결과와 남북장관급회담이 참석자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정부 인사에 따르면 대화가 진행되는 50분간 우 부부장은 어찌나 힘이 없어 보이던지 방북결과에 대해 자세히 물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더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그의 이번 북한 방문은 완전한 실패작이다.

미국과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서두르자 중국은 지난주 말 “협상을 위해 방북단이 곧 출발한다”며 표결 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급히 중국 베이징(北京)을 다시 방문했다. 그러나 중국 측 인사와 곧바로 협의에 들어갈 수 없었다. 우 부부장과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회담이 11일 밤에야 겨우 열렸기 때문이다.

김 부상은 “미국의 금융제재가 해제되기 전에는 절대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전해들은 힐 미국 차관보는 13일 ‘북한 설득 실패’를 선언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우 부부장은 하루 더 북한에 남아 설득작업을 벌였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 14일 귀국했다. 북한은 이번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중국에도 사전 통고하지 않았다. 양국 사이에 자주 거론되는 ‘형제관계’가 무색할 정도다.

중국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더 난감해하는 눈치다. 북한이 중국이 제의한 ‘비공식 6자회담’까지 확실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