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론③·끝/백진현]짝사랑 대북정책 반성하는 계기 삼길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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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포동2호를 비롯한 7기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동북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전혀 예기치 못했거나 느닷없는 일은 아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권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줄기차게 추진해 왔으며 이를 중단하거나 포기했다고 볼 만한 어떤 증거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험발사는 언젠가는 터질 일이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미 핵무기 5∼1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동안 설왕설래하다가 지금은 잠복해 버린 북한의 핵실험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문제는 이러한 엄연한 현실을 소홀히 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데 있다. 지난 10여 년을 되돌아보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위기는 항상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직결되어 있었다. 1994년의 핵 위기, 1998년의 대포동1호 미사일 위기, 그리고 2002년 제2차 핵 위기가 모두 그렇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수차례 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진전도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번 대포동2호 시험발사가 말해 주듯이 이 기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한층 발전하여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미사일 사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한 무관심과 무감각을 일깨우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미사일 발사 이후 관련국들의 움직임을 보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한국을 비롯한 6자회담의 당사국들이 모두 북한의 행동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구체적인 대응에 들어가면 각국의 입장이 제각각이다. 미국과 일본은 대북 제재를 비롯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지만 심지어 양국 사이에도 어느 정도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직접 피부로 실감하는 일본에 비해 미국은 북한의 전략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이유 때문인지 비교적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냉정한 대처를 주문하며 북한에 대한 제재나 압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누구보다도 체면을 손상한 중국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애써 평가절하하는가 하면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비료 지원을 예정대로 강행하는 등 기존의 대북정책을 바꿀 의사가 없는 것 같다.

관련국들이 한목소리를 내어 북한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도 쉽지 않은데 이처럼 다른 소리를 내서는 결코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이번 대포동2호 미사일 위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대로 된 압박이나 협상도 없이 북한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북한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해법은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지난 10여 년의 대북 핵-미사일 협상 경험을 놓고 볼 때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북한 체제와 직결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군사 우선의 폐쇄억압체제인 북한에 있어 핵-미사일은 체제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과연 김정일 정권이 대량살상무기 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협상이든 압박이든 단기적이고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다른 한편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다.

둘째, 그렇다면 북한의 체제 변화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가 문제다. 이런 점에서 김대중 정부 이후의 대북정책은 근본적 수정이 필요하다. 햇볕정책이든 평화번영정책이든 그 기본 취지는 북한과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이나 금강산관광을 이러한 정책의 성공사례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주민과 철저히 차단된 ‘통조림 공단’이나 ‘통조림 관광’은 북한의 개방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오히려 이런저런 사유로 제공되는 자금이나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없이 계속되는 지원은 북한의 변화 인센티브를 감소시키고 군사 우선의 폐쇄억압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북한의 행동 변화, 궁극적으로 체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행동에는 보상하고 부정적인 행동은 제재하는 상호적이고 합리적인 대북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일관되고 철저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공조의 복원이 시급하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한국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주변국과 긴밀한 공조가 대단히 중요하다. 관련국이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관련국 각각의 다른 이해타산으로 국제공조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출발점은 전통적인 한미일 공조가 되어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 체제의 실체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기존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재검토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현명한 정부라면 이러한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겸허하게 성찰하고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끝-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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