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총기난사 1년…현장 다시 가보니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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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단장한 내무반지난해 6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경기 연천군 모 부대 GP 내무반이 개인 사물함과 바닥 난방장치, 에어컨 시설 등을 갖춘 현대식 내무반으로 개조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로 단장한 내무반
지난해 6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경기 연천군 모 부대 GP 내무반이 개인 사물함과 바닥 난방장치, 에어컨 시설 등을 갖춘 현대식 내무반으로 개조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먼저 간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지만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지난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 발생 1주기(19일)를 닷새 앞둔 14일.

희생 장병 8명 중 고(故) 조정웅 상병의 어머니인 김향숙(50·충북 청주시) 씨는 “지금도 길을 지나다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장병들을 보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하다”며 울먹였다.

1남 1녀 중 장남으로 충북대 전자공학과 1학년을 휴학하고 입대한 조 상병은 차분한 성격에 속 한번 썩이지 않은 속 깊은 아들이었다.

사건이 나기 수개월 전 아들에게서 “엄마, 나 이제 GP 올라가. 사랑해”라는 짤막한 전화를 받았지만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김 씨는 지금도 생전에 아들이 쓰던 책걸상과 서적, 옷가지가 널려 있는 방을 치우지 않고 있다. 손때 묻은 아들의 물건을 보면 ‘치워 버려야지’ 하다가도 며칠 뒤면 “엄마” 하고 외치며 아들이 돌아올 것 같아서다.

얼마 전 아들이 좋아했던 닭볶음탕을 저녁 식탁에 올렸다가 아들 생각에 한 숟갈도 못 뜨고 치워 버렸다.

김 씨의 유일한 위안은 매주 아들이 묻힌 대전국립묘지를 찾아 다른 유족들과 함께 동병상련의 위안을 나누는 것. 하지만 가슴에 묻은 자식 얘기를 하다 보면 슬픔에 북받쳐 저마다 목 놓아 오열하곤 한다.

김 씨는 “유족들은 지금도 김동민 일병의 단독 범행이라는 군 당국의 수사 결과를 불신하고 있다”며 “유족이 제기하는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국방부가 수사 과정을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사건이 발생한 GP는 어떤 모습일까.

13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함께 다시 찾은 GP에선 소총 및 수류탄의 난사로 인한 탄흔이나 핏자국 같은 끔찍한 흔적들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케케묵은 냄새가 나고 수십 년 된 창고를 연상케 할 만큼 열악했던 GP는 현대식 건물로 변했다.

내무반은 24평에서 36평으로 넓어졌고 냉방환기장치라고는 선풍기 3대와 환풍기 1대가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생활공간에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설치됐다.

또 무더운 날씨에도 제대로 샤워조차 할 수 없었던 구 건물과 달리 1층에는 깔끔한 목욕탕이 마련됐고 몇 개의 녹슨 운동기구뿐이던 체력단련실도 최신 트레드밀(러닝머신)과 헬스기구까지 갖췄다.

이처럼 참상의 물리적 흔적은 지워졌지만 그 아픔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김 씨를 비롯한 희생 장병의 유족들은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 생존 장병 27명 중 15명은 사고 후유증으로 의병제대를 했다.

범인인 김 일병은 1심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2심에서 기각되자 현재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태다.

부대 측은 19일 유족과 부대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사건 발생 1주기 추도식을 가진 뒤 유족들의 사고 GP 방문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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