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납북자-국군포로 돌려보내려면 對北지원”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가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의 반대급부로 북측에 대규모 지원을 검토하게 된 데는 ‘더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중 상당수가 70대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을 끌 경우 이들의 수명이 다해 송환 노력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독일과 미국 등의 유사 사례를 연구하면서 대북 대규모 지원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끌어낼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측에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북측이 요구하더라도 현금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금은 군사비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등 권력 핵심부의 개인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을 투자하거나 공장을 건립해야 북한 주민 다수가 혜택을 보면서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또 현물을 지원할 경우엔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현물의 현금 전환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우리 내부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재정으로 대북 지원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측이 반대급부를 전제로 선뜻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에 동의하겠느냐는 것이다.

북측은 2월 제7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6·25전쟁 후 납북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회담 합의서엔 ‘납북자’라는 용어 대신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란 표현이 들어갔다. 북측이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 북측은 지난달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납북자’라는 용어를 쓴 남측 기자들에게 남측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며 남측 상봉단의 귀환을 장시간 지연시키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북측은 남측의 지원 제의를 받더라도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다시 부정하거나 시간을 끄는 식으로 나오면서 지원 액수를 높이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