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비용 ‘불법정치자금 기업인’이 냈다

  • 입력 2006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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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3·1절 골프모임의 비용(그린피)은 불법정치자금 제공에 연루됐던 문제의 기업인이 계산한 것으로 5일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골프회동의 전후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기업인이 골프회동의 전체 비용을 계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용 문제를 포함한 핵심 의혹에 대해 총리실과 관련 당사자들의 말이 계속 바뀌고, 일부 참석자는 아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사자들 비용 문제 언급 안 해=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갔는데 그 자리에서 각각 사람 수대로 비용을 나눠 냈겠느냐”며 “나중에 총리가 초청해 비용을 부담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해 기업인이 계산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관련 당사자들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 행동강령을 주관하는 국가청렴위원회 관계자는 “골프는 향응의 종류에 포함되지만 공여자가 직무 관련자인 경우만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동석자가 비용을 부담했더라도 구체적으로 양측이 민원이나 인·허가와 연관돼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동 경위 ‘오락가락’=총리실은 2일 골프모임이 알려진 직후 “부산상공회의소 신임 임원들과 상견례 겸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임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총리실은 “지역 기업인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당시 골프장에 공직자는 총리 외엔 없었다”면서 “장모 집을 먼저 간 뒤 골프를 하러 갔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총리실은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모른다. 파악 중이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총리실 해명은 사실과 다름이 확인됐다. 이 총리와 함께 라운드를 한 사람 가운데는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과 정순택(鄭淳(택,타))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장모는 골프를 끝낸 뒤 만났다.

총리실이 파문을 축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부산상의 회장 선거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신임 임원들과 상견례’라는 말은 설득력이 적다. 현 부산상의 송규정 회장은 이날 3·1절 행사에 참석한 뒤 부산상의 회장단과 모임을 가졌으나 이 총리와는 만나지 않았다.

골프모임을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의 해명이 엇갈린다. 총리가 1월부터 참석할 예정이었는지, 아니면 장모를 문병하는 길에 갑자기 골프모임을 만들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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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보호하기’=본보 취재 결과 주가 조작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Y 씨가 이 총리와 같은 조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관련 당사자들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의 후유증을 우려해서인지 한결같이 이를 부인하거나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총리실은 “Y 씨의 참석 여부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도 한결같이 Y 씨의 참석 사실을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 총리와 한 조로 골프를 쳤던 기업인 K 씨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Y 씨가 골프 치는 것은 못 봤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지난달 28일 Y 씨가 참석하지 않으니 대신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갑자기 내려가게 됐다”고 말했다.

정 전 수석도 “총리와 같은 조에는 K, S 씨만 있었을 뿐 Y 씨는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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