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28일 방북]北체면 세우고, 中영향력 과시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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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로 계속 미뤄져 온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북한의 혈맹이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다음 달 초 열릴 6자회담의 성공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북 배경=후 주석은 지난해 4월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북 요청에 응했고 양국은 올해 초부터 4월 평양 답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2월 10일 돌연 ‘6자회담 무기한 불참 및 핵무기 보유’를 선언함으로써 방북은 무기 연기됐다.

후 주석의 방북 연기는 북한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고 양국 간 혈맹관계에 이상기류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이 지난달 제4차 6자회담에 참석한 것도 중국의 압력이 작용했다기보다 한국의 200만 kW 전력 공급이라는 중대 제안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핵을 포기한다는 데 동의함에 따라 중국으로선 후 주석의 방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다음 달 16일 한중 정상회담과 18, 19일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에 앞서 혈맹을 ‘배려’하는 성격도 짙다.

한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31일부터 계속되는 베트남과 유럽 순방, 한국 방문 등 후 주석의 바쁜 일정 때문에 연내 방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중국은 ‘혈맹 우선’이라는 전통적 외교를 선택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을 경우 북한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이어서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김근식(金根植) 경남대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APEC 회의 직전이나 직후 북한 방문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후 주석이 방북 결정을 내린 변수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 의제=후 주석의 방북은 2002년 11월 총서기 취임으로 국가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양국 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스옌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 제4세대 지도부 출범 이후 북-중 간 소원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양국 간 유대관계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북핵 문제. 후 주석은 또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다음 달 개최될 제5차 6자회담에서 북한의 적극적인 회담 참여와 유연한 태도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제 중국이 남북, 북-미 간 중재 역할을 통해 ‘동북아 피스메이커(peacemaker)’의 이미지를 굳히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도 후 주석에 대한 ‘선물’로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를 통해 제5차 6자회담에 무조건 참가하겠다고 밝힌 것도 후 주석 방북에 대한 ‘답례’의 일부로 보인다.

나아가 일각에선 북한과 한국을 연쇄 방문하는 후 주석의 일정을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연결짓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방북에 이어 한국을 방문하는 후 주석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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