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단이 묵는 6성급 W호텔…北“쑥스럽습네다”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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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민족대축전의 북측 대표단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의 객실 내부. 사진 제공 W호텔
8·15민족대축전의 북측 대표단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의 객실 내부. 사진 제공 W호텔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에 참가하고 있는 김기남(金基南·79) 당국 대표단장과 임동옥(林東玉·75)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 북측 대표단 182명이 한국 최초의 6성급 호텔인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을 숙소로 쓰고 있다.

W호텔은 워커힐 호텔 측이 지난해 8월 개관한 최신 호텔로 숙박비만 해도 1박에 최저 25만 원대에서 스위트룸의 경우 최고 450만 원까지 하는 최고급이다. 다수의 북측 대표단은 한강 전경이 바라다 보이는 37만8000원짜리 룸에 묵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북한 노동당 비서이기도 하다. 노동자 정당의 대표가 가장 자본주의적인 호텔에 묵고 있는 셈이다.

6월 21∼24일 열렸던 15차 남북장관급 회담 때도 북측 대표단 일행의 숙소는 1970년대에 건설된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이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과 나란히 서있는 W호텔은 20, 30대를 겨냥한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와 시설을 갖춘 곳이다. 로비에 들어서면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며 서빙하는 직원은 반바지 차림이다.

객실의 욕실과 침실은 투명 유리로 연결돼 있어 한 쪽에서 다른 쪽을 볼 수 있다. 빨간 원형 침대와 튤립 꽃을 직각으로 쪼개 놓은 듯한 의자도 독특하다.

민족대축전의 남측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 묵는 남측 및 해외 인사들과 떨어진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한 배려도 있고, 최고 시설을 북측에 내준다는 의미도 있다”고 W호텔을 북측 대표단에 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남측 당국 대표단 관계자도 북측 대표단이 도착한 첫날인 14일 환담에서 “최고의 손님인 만큼 최고의 예우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은 W호텔의 ‘젊은 감각’이 어색한 듯했다.

14일 저녁 호텔에서 만찬을 마친 한 북한 민간 대표는 “한정식 코스 요리가 입에 딱 맞는다. 하지만 호텔은 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W호텔 직원에 따르면 대부분이 50∼70대인 북한 대표단은 대체로 ‘쑥스럽다’, ‘어지럽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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