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주권국가”… 美의 對北인식 바뀌었나

  • 입력 2005년 3월 2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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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동북아 순방 기간 중 북한을 ‘주권국가’로 규정한 배경과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에 대한 호칭 속에 대북(對北) 인식을 담아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의 범주에 넣어왔다. 이는 냉전 후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위협하는 제3세계 국가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돼 왔다. 2001년 미국의 국방검토보고서(QDR)는 북한을 비롯해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를 불량국가로 분류했다. 미국은 북한을, 자체 붕괴하거나 예기치 못한 행동으로 지역적 위협을 야기할 첫 번째 국가로 꼽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이 용어를 자주 썼다.

이어 나온 용어는 ‘악의 축(axis of evil)’.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30일 연두교서에서 반테러 전쟁의 표적으로 북한 이라크 이란을 지목하면서 “이들 국가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려고 무장하는 악의 축”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즉각 “자주적인 주권국가에 노골적인 침략 위협을 가했다”며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반발했다.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국내 진보층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라이스 장관은 올해 1월 18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과 이란을 가리켜 ‘폭정의 거점(outposts of tyranny)’이라고 비난했다.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북한의 인권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북한은 이 발언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나오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번에 라이스 장관이 한중일 3국을 방문하면서 북한을 ‘주권국가(sovereign state)’라고 표현한 것은 이를 달래기 위한 유화책으로 해석된다. ‘폭정의 거점’ 발언을 취소하기 어려운 만큼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명칭으로 본 미국의 북한 인식 변화
북한에 대한 규정시기 및 주체배경
불량국가(rogue state)2001년, 미국 국방검토보고서자유민주주의 위협 세력 간주. 자체 붕괴 위험성 강조
악의 축(axis of evil)2002년 1월 30일 연두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9·11테러 4개월 후 반테러 전쟁의 표적으로 북한 지목
폭정의 거점(outposts of tyranny)2005년 1월 18일 상원 인준청문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북한의 공포사회, 인권문제에 대한 라이스 장관의 인식 반영
주권국가(sovereign state)2005년 3월 19일, 일본 방문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 강구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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