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키퍼’ 법사委 눈엣가시?

  • 입력 2005년 3월 6일 18시 23분


열린우리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권한 및 기능을 조정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최근 법사위에서 겪은 행정도시법안의 처리 지연사태와 같은 일이 재연되는 것을 막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러나 법사위 권한 및 기능 조정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면책, 불체포특권 제한 등 여야가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공언했던 국회 개혁 방안이 모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국회 개혁이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법사위 권한 및 기능 조정 논란=열린우리당의 조정 방안은 2가지. 첫 번째 방안은 법사위를 사법위와 법제위로 분리해 사법위는 검찰 법원 감사원 등 기존 법사위의 소관 기관과 관련된 법안 및 정책 심의를 하고, 법제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을 심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법제위는 법안의 내용에 대해선 조정할 권한을 갖지 못하고, 순수하게 법 형식상 문제가 있는 체계와 자구만 심사하게 된다. 행정도시법을 심의할 때처럼 법안의 내용을 놓고 논의를 함으로써 ‘상원(上院)’ 역할을 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사법위만 두고 다른 상임위 소관 법률에 대한 심의 기능은 아예 없애는 것.

열린우리당 김동철(金東喆)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다른 상임위에서 심의한 법안의 체계 및 자구심사는 국회의장 소속으로 만들어질 ‘입법지원처’ 등 별도의 국회 기구에서 맡게 된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의 효율과 생산성을 강조하며 이 방안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의) 법안 내용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월권을 해 국회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편법을 동원해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맡고 있는 법사위원장의 권한을 약화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주호영(朱豪英) 의원은 “법사위를 사법위와 법제위로 분리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그 전제조건은 사법위·법제위의 기능을 좀더 전문화하고, 인력도 지금의 2배가량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개혁 과제=열린우리당은 법사위의 권한 축소를 포함한 국회개혁특위를 통해 정치자금 국고환수법 제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특정한 범죄에 대해 500만 원 이상을 받은 정치인을 무조건 기소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은 모두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국회의원 면책, 불체포특권 제한과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가 법사위의 권한 축소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을 경우 다른 국회 개혁 방안까지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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