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신행정도시 갈등…빅3 ‘마이웨이’

  • 입력 2005년 2월 2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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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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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여야가 합의한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을 놓고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등 ‘빅3’가 독자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빅3’ 간 물밑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여야 합의 반드시 지켜야”▼

▽“여야 합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박 대표는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을 성토하는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농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수도권 의원들의 심상치 않은 반발 기류는 넘어야 할 산이다.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25일 부처 이전 당론에 반대하며 재·보선 공천심사위원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박 대표 측은 비주류 의원들이 요구한 의총 소집에 동의했다. 어차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판단에서다. 당 의총은 3월 2일 본회의 직전에 열릴 공산이 크다.

수도권 의원들의 대응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강경파인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은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저지할 태세지만, 중도파인 맹형규(孟亨奎) 박진(朴振) 임태희(任太熙) 의원 등은 법안 반대에 동조할 의원들을 규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이번 법안의 합의 처리가 불가피했음을 설득할 방침이다. 박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이번 결정은 충청권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탈당 도미노가 이어져 충청권 표심(票心)의 ‘불씨’마저 꺼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수용 못해… 끝까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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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분할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이 시장은 25일 성명을 내고 “수도분할은 국가정체성과 통치의 근본을 쪼개는 것으로서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합의는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취지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도를 갈라놓은 예는 없고 그럴 경우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조만간 독자적인 충청권 발전 대안을 갖고 충청지역을 직접 방문해 이번 합의안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거론할 계획이다. 앞서 이 시장은 신행정도시 대안으로 대전 대덕 연구단지와 충북 청주 오송 바이오 단지를 연계해 ‘대전 청주 광역경제권’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었다.

한편 이 시장이 전날 시 출입기자들과 만나 “행정수도 이전을 못하게 하려면 군대라도 동원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이 시장의 뼛속 깊이 개발독재시대의 반의회주의 반민주주의가 흐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시는 간담회 당시 발언록이 담긴 자료를 내고 “신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군대라도 동원할까’라고 한 농담성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명박 시장 “정부와 여야정당에 호소합니다.”

▼손학규 “경기-충청 함께 발전시킬 방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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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충청권의 상생이 필요하다”=손 지사도 제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수도권과 충청권의 상생 전략이다. 박 대표, 이 시장과 다른 ‘제3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장은 합의안 자체에 반대했지만, 손 지사는 ‘여야의 전향적 합의’에 찬성했다. 충청권을 살릴 수 있는 정치적 합의는 존중한다는 것이다.

손 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수도권 발전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했다. 박 대표와의 차별화 노력이 엿보인다. 손 지사 측은 다음 주에 구체화된 구상을 내놓을 방침이다.

우선 경제 부처 이전으로 공동화 우려가 나오는 경기 과천에 대해선 행정 및 교육도시로 건설한다는 구상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성장관리에 대한 종합적 계획도 준비 중이다. 도지사 직속의 행정도시 대책반은 다음 주초 공식 회의를 열어 구체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손 지사 측은 다음 주에 충청권과 경기도의 지속적인 상생 발전을 위한 국민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손 지사 측 관계자는 “수도권의 반발이 있지만 수도권 표심은 전국 각 지역의 ‘모자이크’ 성격이 강해 대선이 다가올수록 반발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며 “수도권과 충청 상생 전략은 현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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