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보유선언 파장]北核해결 전망

  • 입력 2005년 2월 1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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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北核북핵저지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소속 회원 20여 명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미국대사관 앞에서 북한 핵 보유 선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명에서 “유엔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엄정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박영대 기자
다시 불붙은 北核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소속 회원 20여 명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미국대사관 앞에서 북한 핵 보유 선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명에서 “유엔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엄정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박영대 기자
정부는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 선언을 6자회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협상용’이라며 대화재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북한의 돌출 발언에 정부 당국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협상이냐, 파국이냐?=정부는 북한이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대전제를 부정하지 않고 있으며 ‘분위기’가 성숙되면 복귀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6자회담 틀을 깨겠다는 의도는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이 1994년의 1차 핵 위기 당시 ‘서울 불바다’ 발언 등의 초강수로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극적 타결을 이끌어낸 상황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대해 미국은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반면 절대권력이 존재하는 북한의 정책결정구조 특성상 참모진은 최고권력자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설득하기보다 강경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강경책과 북한의 밀어붙이기가 충돌해 6자회담 틀 자체의 붕괴 같은 파국도 초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柳浩烈)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까지 상정을 해야 한다”며 “당분간 6자회담의 공전으로 인한 ‘긴장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뒤통수 맞은 낙관론=정부는 이달 초까지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4일 “6자회담 참여가 임박했다고 본다”고 말했고, 앞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도 1일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끝나면 북한도 적정한 시점에 6자회담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낙관적 기대는 부시 2기 행정부의 온건해진 대북 자세에 근거한 것.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취임사(지난달 20일)나 국정연설(2일)에 ‘악의 축’처럼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을 담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는 당위론적 논리로 낙관론을 펴왔다. 외교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날 “솔직히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을) 예상하지 못했다. 객관적인 상황은 낙관적이었으나 ‘알려지지 않은 어떤 변수’가 이 모든 걸 뒤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변수’가 어떤 것인지 정부 당국 어디서도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북핵 6자회담 전망 발언록(2005년)
날짜내용
1월 13일 노무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대개 이제 6자회담이 열릴 수 있는 조건은 성숙됐다고 생각한다. 대개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바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2월 1일 반기문 장관 내외신 주례 브리핑정부로서는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2월 2일)가 끝나면 적정한 시점에 6자회담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월 7일 정동영 장관 KBS 라디오프로그램북핵 6자회담이 이제 거의 임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美 “北, 核고집땐 고립만 초래”…“6자회담 계속 추구”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 선언’과 관련해 11일 “북한의 추가 조치가 있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태식(李泰植) 외교통상부 차관은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추가 조치는)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더 추출하거나, 추출된 플루토늄을 해외로 반출하는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이날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핵 보유 선언이) 북한 외무성 성명을 통한 것임에 유의하고 주목해야 한다. 이번 선언을 ‘새로운 상황’으로 규정하고 미국, 일본 등 우방들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북한이 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점에 유의한다”면서 “북한은 조건 없이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에 복귀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같이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장관은 11일 딕 체니 부통령을 면담하고 14일 오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오후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만나 북한의 돌발적 핵 보유 선언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애덤 어렐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성명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나 회담 불참 발표는 북한의 고립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북한의) 그런 주장은 예전에 들어 왔던 말”이라며 “미국은 6자회담을 계속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은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반 장관을 통한 한미 고위급 협의를 하는 한편 이달 중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도 추진키로 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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