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북 탈북자’ 7년 행적]수차례 남북 들락날락

  • 입력 2004년 12월 2일 18시 33분


탈북자로 혹은 간첩 교육을 받고 압록강의 ‘사선(死線)’을 넘나든 이모 씨(28)의 ‘7년 행적’은 살얼음판 그 자체였다.

▽탈북자에서 간첩으로=평양 출신의 이 씨는 함북 온성군의 국경경비대 소속 하사로 근무하던 1997년 6월 절도 사실이 적발되자 1차 탈북했다. 중국 산둥(山東)성 등에서 식당, 노래방 종업원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중국 공안에 붙잡혀 1999년 7월 강제 북송됐다.

북한 보위사령부의 정치학습을 받은 뒤 ‘중국 내 반(反)공화국 활동사항 수집 및 탈북자 동향 등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이 씨는 탈북 형식으로 2000년 2월 다시 중국으로 잠입했다.

이 씨는 임무 수행이 어렵고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될 것을 걱정하다 2002년 11월 베이징(北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진입했으며 이듬해 1월 27일 한국행에 성공했다. 이 씨는 입국 직후 자신의 중국 내 행적 등도 진술했다.

일반 탈북자로 분류돼 탈북자 정착시설인 ‘하나원’에 수용됐다가 이후 공사장 잡부, 주유 및 세차원 등으로 생활하던 이 씨가 다시 북한행을 감행한 것은 올 4월. 북한에 두고 온 동생들을 탈북시킬 목적으로 중국을 거쳐 4월 20일 압록강을 넘었다.

그러나 북한 경비병에 붙잡혔고 보위사에 신병이 인계된 그는 탈북자 관련 시설 정보를 북한에 제공하고, 5월 7일부터 열흘간 평북 신의주시에 있는 초대소에서 대남 공작지도원으로부터 ‘밀봉(密封)교육’을 받았다.

공작 암호명(○○○번)과 함께 탈북자 동향수집 지시를 받은 이 씨는 5월 19일 인천항을 통해 입국한 뒤 ‘무사히 도착했다’는 보고를 중국 내 북한 공작망에 보내기도 했으나 6월 11일 자수를 택했다.

▽간첩 혐의 적용은 안 된다?=이 씨는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 및 회합통신 혐의로 검찰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씨가 북한 밀입국 사실은 시인하고 있는 만큼 잠입탈출 혐의가 적용되고, 북한에 탈북자 정착시설인 하나원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으므로 회합통신 혐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검찰은 국보법상 간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수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보법상의 간첩죄는 ‘간첩행위’를 ‘국가기밀을 탐지하고 수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씨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지 수집했을 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씨는 “국정원에 자수한 이유는 간첩행위에 대한 것이 아니고 밀입북 사실에 대한 것”이라며 간첩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탈북자 이모 씨 행적
1997년 6월국경경비대 하사로 근무 중 탈북
1999년 7월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으로 강제 송환됨
2000년2∼11월중국 내 탈북자 동향 탐지
2002년 11월베이징 한국 대사관 영사부 진입
2003년 1월국내 입국. 합동신문 과정에서 북한 지시사항 및 중국 내 행적 진술
2004년 4월북한 내 가족 만나기 위해 중국 거쳐 몰래 입북. 다시 체포됨
2004년4∼5월북한 내에서 밀봉교육 받음
2004년 5월재입국(19일)
2004년 6월국가정보원에 자수(11일)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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