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인권법 저지해 뭘 얻자는 건가

  • 입력 2004년 7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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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미국 하원을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의 상원 통과를 막기 위해 국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법안이 “북한 내부사정을 지나치게 간섭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무산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친북단체도 아닌 집권당에서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가.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탈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의 뜻있는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국제 인도주의단체들과 함께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이다. 그들의 선의(善意)도 평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실천의지가 담겨 있다. 탈북자들이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나, 북한 주민의 인권신장을 위해 미 정부가 매년 2400만달러를 쓰도록 한 것 등은 한 예다. 우리가 못한 일을 그들이 대신 한 셈이다.

그런데도 반대 의원들은 “법안 통과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외교통상부의 자성(自省)을 촉구한다”고 했으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외교부가 로비라도 했어야 한다. 입만 열면 자주와 민족을 내세우면서도 인권 침해에 신음하고 있는 북녘 동포를 돕기 위한 법안은 안 된다니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집권당이라면 중국 대륙을 떠도는 10만∼20만 탈북자들과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고통받고 있을 그만한 수의 북한 주민의 안위부터 걱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북한을 자극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나 남북대화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용렬한 생각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궁극적 목표 또한 북한 주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어떤 대북정책도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과 유리될 수 없다. 햇볕정책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이 치명적 흠결로 지적되는 이유를 잊지 않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결의안 채택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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