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 문제 쉬쉬할 때 지났다

  • 입력 2004년 7월 26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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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여명의 탈북자가 한꺼번에 입국한다. 탈북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절감케 하는 이정표적인 사건이다. 정부는 조용하고 은밀하게 처리해 파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지만 이미 그렇게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대규모 입국을 계기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북한 주민의 탈북과 한국 입국은 비밀이 아니다. 우리가 거론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이 모를 리도 없다. 수백명의 탈북자를 한꺼번에 입국시키면서 북한에 쉬쉬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꼴이다. 마침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북한에 상황을 설명하고 중국 등 외국에서 떠도는 수많은 탈북자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공식 거론에 반대하는 정부 내 기류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남북관계란 무엇인가. 북한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은 남북관계인가, 탈북자를 포함한 북한 주민의 삶이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남북관계인가.

탈북자 문제는 원인 제공자인 북한이 현실을 인정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한 해 1000여명의 북한 주민을 받아들이고 있으나 수만명 규모로 추산되는 탈북자 문제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수의 탈북자를 데려오기 위해 중국 등 제3국에 아쉬운 소리를 하느라 나라 체면도 자꾸 손상되고 있지 않은가.

지금도 북한을 탈출한 상당수의 젊은 여성이 인신매매범에게 팔려 가는 등 수많은 탈북자들이 타국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있다. 동족의 시련을 구경꾼처럼 바라볼 수는 없다.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남북대화 의제로 제의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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