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도 민주인사인가" vs "인권이 최우선"

  • 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59분


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1층 회의실.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와 재향군인회 간부들이 의문사위를 방문했다. 이들이 남파간첩 출신 비전향장기수의 사망에 대한 민주화운동 인정, 전향 장기수 북송 권고 검토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의문사위에 공개 면담을 요청해 성사된 것.

오자복(吳滋福) 성우회장, 이상훈(李相薰) 재향군인회장, 채명신(蔡命新) 6·25참전연합회장 등 7명의 방문인사와 의문사위의 한상범(韓相範) 위원장, 김희수(金熙洙) 제1상임위원, 이기욱(李基旭) 위원 등이 마주 앉은 면담에서는 1시간여 동안 뜨거운 공방이 오갔다.

▽오 회장=공개질의서에서 밝힌 대로 죽는 순간까지 1당 독재체제를 신봉하며 사상 전향을 거부한 간첩들의 죽음이 어떻게 민주화 운동인지 설명해 달라.

▽한 위원장=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국가가 심사할 대상이 아니다. 또 이들이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로 죽은 것이므로 민주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장=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한 세력이다. 전향도 안 하고 사면복권도 안 된 이들이 민주인사면 김일성도 민주인사다. 이 논리라면 이 나라를 지킨 호국용사들은 반민주인사란 뜻인가.

▽한 위원장=대한민국 국민이냐를 따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을 적용하는가의 문제다. 법치국가에선 인권이 최우선 사안이다. 또 이미 전향제도가 잘못됐다고 인정한 마당에 전향을 안한 것이 문제가 될 순 없다.

▽김인기 전 공군참모총장=포로의 지위를 규정한 제네바 협정에서도 간첩은 보호하지 않는다. 그들의 죽음이 민주화를 이끌어 온 것이 아니라 민주화가 진척되던 중 그들이 죽은 것이다.

▽이 위원=반대로 생각해보자. 만약 북파 공작원이 북한에서 전향 요구에 저항하다 죽었다면 북한 민주화에 기여한 것 아닌가. 일방적인 입장에서 나온 결정이 아니라 여러 측면을 고려해 내린 것이다.

▽정인균 성우회 사무총장=북한 사람은 모두 우리 동포다. 그러나 북한군과 공산당은 분명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주적이다. 의문사위는 계속 법을 논하면서 해석을 가지고 얘기하는데 법 이전에 국민의 법감정이라는 것이 있음을 잊지 말라.

▽김 제1상임위원=감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역시 공산주의를 싫어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다.

▽채 회장=의문사위의 인권 존중은 우리도 인정한다. 그러나 조국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수많은 원혼과 간첩 출신의 비전향장기수가 같은 반열에 오를 순 없다. 여전히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가족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진 말라.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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