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차출 잡음은 한미동맹 구멍생긴 증거”

  •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55분


“한국에서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한국과 미국 정부간의 정책조정 기능이 닫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양국간에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주한미군에서 빼내 이라크로 보내겠다고 통보한 3600명이 한국 정부가 이라크로 보내기로 한 숫자와 일치하는 것은 재미있는 우연”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기업원이 20일 개최한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에버스타트 연구원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한미동맹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가.

“결정과정에 한미간 정책조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있었는데도 (한국이) 반대한 것인지에 대해 말들이 많다. 미군 재배치 전략에서 나온 것인지, 갑작스럽게 나온 것인지 잘 모르지만 양국간에 구멍(loophole)이 생겼다는 증거임에는 틀림없다.”

―한미동맹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한국이 햇볕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북한이 덜 위협적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계가 있다. 북한이 덜 위협적인데 주한미군은 왜 있냐고 사람들이 묻기 시작한 것이다. 미 행정부도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4월 딕 체니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한국 청중이 아니라 미국 청중을 향해서만 얘기했다. 미 행정부에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전략이 없다.”

―미 국방부 내에 한미관계에 대해 세대간 양극화된 목소리가 있다고 하던데….

“국방부 내에 알력다툼이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꼭 세대간 구분으로 보기는 어렵고, 북한에 대한 접근이나 한국을 보는 시각에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북핵 6자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나.

“6자회담은 1930년대 서유럽에서 되풀이된 ‘회의 외교’(Conference Diplomacy)를 보는 듯하다. 독일을 회담장으로 끌어내기만 하면 뭔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지금 6자회담의 모습과 똑같다. 실질적인 해법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와 경제지원 및 안전보장를 거래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유효할 것이다.”

―한국에서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보다 중국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어떻게 보나.

“흥미로운 대목이다. 중국과의 협력은 좋은 일이고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감정적인 접근을 통해 한미동맹을 한중동맹으로 대체한다면 눈물을 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민주국가와 비민주국가라는 차이도 있고, 재정적인 협력도 어려움이 있을테고 안보구조에도 위험이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딕 체니 미국 부통령, 존 볼턴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 등이 거쳐간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의 산실’ AEI의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 체니 부통령과 직접 대화가 가능할 만큼 친분이 두텁다. 하버드대에서 정치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런던정경대에서 수학했다. 북한 인구통계를 분석해 ‘숨어있는 100만명’을 찾아냈고 이 숫자가 북한 군사력 규모임을 최초로 밝혀내기도 했다. 저서로 ‘한국의 미래와 강대국들’ ‘북한의 종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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