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 종결]‘고비용 정치’ 청산 계기 마련

  •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48분


21일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대검 7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9개월간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변영욱기자
21일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대검 7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9개월간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변영욱기자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성역’으로 여겨져 온 현직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을 검찰이 정면으로 문제 삼고 정경유착의 흑막을 파헤쳐 ‘깨끗한 정치’로 가는 밑거름을 마련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정경유착 단절=수사의 최대 성과는 정치권의 부패 관행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재벌의 검은돈이 정치권력에 흘러들어가는 오랜 악습을 단죄했다. 이번 수사의 영향으로 17대 총선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돈이 덜 뿌려졌고 고비용 정치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지구당 폐지 및 정치자금법 개정 등 정치개혁의 불씨를 지폈다.

안희정 최도술 여택수씨 등 대통령의 측근은 물론 정대철(鄭大哲) 이상수(李相洙) 의원 등 대선 때의 ‘공신’들도 구속됐다.

또 기업들이 정치권에 제공한 채권을 찾아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을 이 잡듯이 뒤지는 과정에서 영구미제가 될 뻔한 전두환(全斗煥)씨 비자금을 찾아내는 뜻밖의 대어를 낚기도 했다.

▽‘출구조사’는 안 해=검찰은 출구조사(대선자금 사용처 수사)를 하지 않는 이유로 △17대 총선이 끝나 정치적 상황이 정리됐고 △한나라당이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하기로 해 불법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227개 지구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 하지만 “법치주의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다만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이적료’를 받은 의원 8명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지구당위원장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고, 개인 유용 혐의로 한나라당내의 정치적 경쟁자들에 의해 고발된 이상득(李相得) 이재창(李在昌) 의원의 경우는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아쉬움 남긴 기업수사=수사 초기 검찰은 불법자금 제공에 관여한 기업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그러나 사법처리된 재벌 총수는 한진그룹 조양호(趙亮鎬) 회장과 동부그룹 김준기(金俊起) 회장 2명뿐이고 나머지 총수들은 대부분 소환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무더기 구속된 정치권과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에 건넨 돈 대부분이 총수의 개인재산”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개인재산이라면 총수가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이나 기업주의 회사 돈 횡령 등 기업의 본질적인 비리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를 벌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 역시 유야무야됐다.

검찰은 기업수사 장기화가 가져올 투자 및 기업 활동 위축, 그로 인한 경제 악영향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대선자금 관련 주요 인사 사법처리 현황
소속 및 이름 혐의 사법처리 내용
한나라당서정우 변호사 삼성 등에서 불법 대선자금 575억원 수수 개입 구속기소→1심 징역4년, 추징금 15억원, 몰수 3억원
김영일 의원 LG 등에서 불법 대선자금 710억원 수수 개입 구속기소→1심 징역 3년6월, 추징금 11억500만원
신경식 의원롯데에서 불법 대선자금 10억원 수수구속기소→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박상규 의원한나라당에서 불법자금 1억2000만원 수수 등 구속기소→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억6000만원
이재현 전 재정국장 현대차 등에서 불법 대선자금 660억원 수수 개입 구속기소→1심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
최돈웅 의원 SK 등에서 불법 대선자금 580억원 수수 개입 구속기소→1심 징역 3년
서청원 의원 한화에서 불법 정치자금 10억원 수수구속기소→1심 진행 중
이흥주 전 이회창 후보 특보 대선 전 신경식 의원에게서 6억5000만원을 받아 지구당에 전달 불구속기소→1심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
노무현 후보 캠프 이상수 의원현대차 등에서 불법 대선자금 32억6000만원 수수 구속기소→1심 징역 1년
이재정 전 의원 한화건설에서 불법 대선자금 10억원 수수 구속기소→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정대철 의원대한항공에서 불법 정치자금 6억2000만원 수수 등 구속기소→1심 진행 중
신계륜 의원 굿머니에서 불법 정치자금 2억5000만원 수수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이호웅 의원 하이테크하우징에서 불법 정치자금 1억5000만원 수수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박병윤 의원 금호에서 채권 1억원 수수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김정길 전 의원 넥센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 2억원 수수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서영훈 전 의원 ㈜부영에서 채권 6억원 받아 정대철 의원에게 전달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안희정씨 대선자금 포함한 불법 정치자금 51억9000만원 수수구속기소→1심 진행 중(구형 징역 7년, 추징금 51억9000만원)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대선자금 포함한 불법 정치자금 27억4000만원 수수 구속기소→1심 진행 중(구형 징역 6년, 추징금 27억4000만원)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썬앤문그룹에서 불법 대선자금 1억원 수수 등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롯데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 1억5000만원 수수 불구속기소→1심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5000만원
여택수 전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 롯데에서 불법 정치자금 3억원 수수구속기소→1심 징역 1년
자민련김종필 전 총재 삼성에서 불법 정치자금 15억원 수수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이인제 의원 한나라당에서 불법자금 2억5000만원 수수 구속(기소 예정)
기업인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여야 대선 캠프에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강유식 ㈜LG 부회장 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 150억원 제공 불구속기소→1심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 100억원 제공 개입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 100억원 제공 등 구속기소→1심 진행 중
조양호 한진 회장 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 20억원 제공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심이택 대한항공 부회장 정대철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6억2000만원 제공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 대선 전후 여야에 불법 정치자금 19억원 제공 불구속기소→1심 진행 중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 대선 당시 여야에 불법 정치자금 17억7000만원 제공 불구속기소→1심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부영 이중근 회장 서영훈 전 의원 통해 정대철 의원에게 채권 6억원 전달 구속기소→1심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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