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對美외교 채널 ‘전면수리중’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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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국채널에 비상등이 켜졌다. 참여정부 출범 후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조짐이 계속되어온 상황에서 미국이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을 일방적으로 한국에 통고한 것은 한미 외교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부 안팎에서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미국통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미국통들도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대한 미국의 차가운 인식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대미 조율능력=올 1월 취임한 외교통상부의 반기문(潘基文) 장관과 김숙(金塾) 북미국장은 외교관 생활의 대부분을 워싱턴의 세계전략에 촉각을 맞추고 지냈다.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 역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지난해 4월 부임 당시 미국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미관계는 한국의 ‘자주적 대미인식’을 둘러싼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 대미 외교의 ‘손과 발’이 미국통으로 바뀌었지만, 두뇌(청와대)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미 정부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국익에 따라 구도가 짜이는 외교 분야에서 외교관들의 개인적인 역량만으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외교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끈끈한 인맥은 돌발적 외교상황에 대한 조기경보를 포착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외교부가 주한미군 2사단 차출과 관련, 미국과 충분히 사전조율을 못한 것은 대미외교채널의 이상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참여정부의 핵심인사는 이날 “미국통 전진 배치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원인을 따져볼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정대철(鄭大哲) 유재건(柳在乾) 의원이 주도하던 대미의원외교가 주 제네바 대사 출신 정의용(鄭義溶) 당선자, 미 라이스대 교수 출신 채수찬(蔡秀燦) 당선자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지향점이 미국 의회의 그것과 판이하기 때문에 성과는 미지수다.

▽정비 중인 민간채널=민간채널은 ‘공사 중’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尹永寬) 서울대 교수와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 이외에는 뾰족한 미국창구를 찾기 어렵다. 참여정부의 정책형성과정을 깊숙이 이해하면서 미국 전문가와 영어로 무릎을 맞대고 토론할 인력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에선 이홍구(李洪九) 전 국무총리, 김경원(金瓊元) 전 주미대사 등 서울포럼 출신이 이런 역할을 맡았다. 노경수(盧京洙) 서울대 교수, 이정민(李廷玟) 연세대 교수 등 조기유학을 통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보수적인 학자도 배후그룹 역할을 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측도 “핵심부의 속내를 전해들을 접촉상대를 찾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정인 교수는 올 3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소장 그룹과 미 워싱턴에서 동시통역사를 동원해 세미나를 열었지만, 1차적 네트워크 형성에는 미흡했다는 자체 평가가 나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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