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차출 외교채널 외면…추가감축 논의 본격화 예상

  • 입력 2004년 5월 19일 0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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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주한미군 병력의 이라크 파견을 일방적으로 통고한 것과 관련해 한미간 외교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병력의 이라크 차출 결정을 14일 비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통보했고, 정부는 사흘 만인 1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통화를 통해 사실상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정부는 “미측이 ‘주한미군 병력 차출에 대한 군사적 보완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나 양국은 그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 없이 이번 결정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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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한미군 재편 문제를 논의하는 한미 공식기구인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의 최근 제8차 회의(6, 7일)에서도 주한미군 병력의 이라크 파견 문제는 일절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미간 이견이나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고 조정하는 ‘외교의 버퍼존(완충지대)’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는 증거”라며 “한미관계와 대미 외교라인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라크로 파견될 주한미군 2사단 병력이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과 △추가적인 주한미군 감축이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19일쯤 노 대통령 주재로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측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에 따른 주한미군 재조정 협의가 어느 시기에 가면 시작될 것”이라며 “그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8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GPR를 통해 신속 대응할 수 있는 통합군 배치 구상을 마련해왔다”며 “이에 따라 작전상 추가 부담 없이 주한미군 병력 차출이 가능하게 됐다고 우리측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 대변인 플렉스 플렉시코 해군 소령은 17일 미국이 이라크에 파견할 주한미군 2사단 제2여단 병력은 3400∼3800명이 될 것이며 약 1년 후 이들이 한국에 복귀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 병력의 이라크 파견 계획에 대한 배경 설명에서 제2여단의 이동을 ‘전환배치(relocation)’라고 규정하고 “이는 주한미군의 장기적인 재편과 합리화 계획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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