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피랍-수교문제 빅딜할 듯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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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오른쪽)는 14일 피랍 일본인들의 북한 잔류가족을 귀국시키기 위해 22일 하루 동안 북한을 방문할 뜻을 밝혔다. 2002년 9월 방북한 고이즈미 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환담하는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오른쪽)는 14일 피랍 일본인들의 북한 잔류가족을 귀국시키기 위해 22일 하루 동안 북한을 방문할 뜻을 밝혔다. 2002년 9월 방북한 고이즈미 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환담하는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22일 재방북은 이산가족 재결합이란 인도적 측면을 내세우면서 7월 참의원 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14일 총리의 재방북 의의를 “평양선언의 이행을 확인하고, 일본과 북한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만큼 가족 귀국 문제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가 잔류가족과 함께 귀국한다는 직접적 표현은 없었지만 북측과 사실상 타협이 끝났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년8개월간 생이별했던 가족이 고이즈미 총리 옆에서 재결합하는 장면은 최고의 홍보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시기 선택은 참의원 의원 선거를 겨냥한 정략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양국의 현안인 잔류가족 귀국문제가 타결되면 북한과의 수교협상 재개도 7월 이전에 실현될 공산이 크다. 북한으로서도 소모전처럼 진행된 피랍자 잔류가족 문제를 더 끌어 보았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고이즈미 총리의 재방북으로 체면을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피랍 일본인들 가운데 생존자 5명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이 이뤄진 다음달 귀국해 현재까지 일본에 머무르고 있다. 당초 이들은 보름 정도 고향에 머무르다 일단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수교협상 때 ‘인질’이 될 것이란 여론이 거세지자 일본에 그대로 눌러 앉혔다. 또 나머지 납치 의혹 일본인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북한측에 요구하며 이 문제를 국제무대로 끌고 나갔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과로 납치문제는 일단 해결됐다고 주장해 온 북한은 이에 격앙해 수교협상을 중단했다.

일본의 ‘무조건 일본 송환’ 주장과 북한의 ‘약속대로 일단 귀국’ 주장이 맞서면서 피랍자들은 다시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서 피랍자 주변에서는 일본 정부가 손을 놓은 채 북한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난이 나왔다.

고이즈미 총리 재방북에는 미국과의 핵협상으로 다급해진 북한의 태도 변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야마자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 5월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외무심의관과의 접촉을 통해 ‘고위 인사의 마중’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했다. 일본은 최근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피해 복구를 앞세워 납치문제 해결에 물적 지원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폈고, 북한이 이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을 고이즈미 총리가 두 번이나 방문하는 것에 대한 정부 여당 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북측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강하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내부의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날짜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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