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등 대형이슈 걸려 중-노년층 적극 票행사

  • 입력 2004년 4월 15일 18시 16분


총선 투표율 하락세가 19년 만에 멈췄다. 15일 치러진 총선 투표율은 16대(57.2%)보다 다소 높은 60%대에 육박했다.

이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신민당이 전국적 ‘돌풍’을 일으켰던 85년 12대 총선(투표율 84.6%) 이후 처음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선 같은 총선’이 치러진 데다, 세대간 표 대결의 심화가 투표율 상승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대선 같은 총선=한국정치연구소 안병진(安秉鎭) 선임연구원은 이례적 투표율 상승에 대해 “탄핵안 가결이란 초대형 정치이슈가 이번 총선을 지역 선거가 아닌 전국적 쟁점 선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선거였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과 투표 참여 의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안 선임연구원의 설명이다.

또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선대위원장,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예비대선전’ 양상을 보인 것도 국민적 관심을 끄는 요인이 됐다.

실제로 16대 총선에선 전국평균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였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같은 대도시가 이번 투표율 상승을 주도한 것도 ‘대선 같은 총선’에 대한 정치적 관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대간 표 대결 심화= 2002년 대선 때부터 본격화한 세대 간 투표 경쟁이 더욱 첨예해진 것도 투표율을 끌어올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정동영 의장의 ‘60, 70대 폄훼 발언’은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처럼 이번 총선에서도 ‘오전 투표율 상승세’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오후에도 이어진 상승세’는 20, 30대 젊은 세대가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각 당이 텃밭 지역 뿐만 아니라, 주요 지지 연령층에 대한 선거운동에도 심혈을 기울이면서 세대간 표 대결을 심화시켰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격전지 증가와 다양한 표심 표출 가능=‘막대기만 꽂아도 당선 된다’는 말을 들었던 영남과 호남에서도 열린우리당의 등장으로 격전이 치러졌고, 수도권 접전 지역이 어느 때보다 증가한 것도 투표율 상승을 이끌었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선전과 정당과 인물을 나눠 투표할 수 있는 ‘1인2표제’의 도입은 복잡한 표심을 나타낼 방법을 못 찾던 유권자들의 투표장 행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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