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잇단 억류 파장…이라크파병 찬반논란 다시 불붙나

  • 입력 2004년 4월 9일 18시 41분


9일 이라크에서 무장 세력에게 억류됐다 풀려난 허민영 목사(오른쪽)가 바그다드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바그다드=연합
9일 이라크에서 무장 세력에게 억류됐다 풀려난 허민영 목사(오른쪽)가 바그다드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바그다드=연합
이라크 상황이 ‘제2의 전쟁’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인이 피랍됐다 석방되는 사건이 잇따르자 이라크 내 한국인의 안전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 이미 방침이 확정된 추가파병 문제도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아직까지 한국인은 친구”=피랍 후 살해위협까지 받고 있는 일본인들과는 달리 이라크 내 한국인들이 6일에 이어 8일에도 잠시 억류됐다 풀려난 데 대해 “한국인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전쟁을 전후해 3차례 현지에서 평화활동을 했던 ‘인간방패’ 임영신씨(35·여)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현지 도로와 아파트를 건설했고, 한국 전자제품이 많이 사용되는 이라크에서 한국은 곧 ‘재건’의 이미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지도층 대부분은 한국의 일제강점기 역사와 민주화운동 과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2주 동안 바그다드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귀국한 이모씨(30)는 “전투병을 파견한 일본은 친미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이라크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걸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동안 현지에서 의료지원활동을 펼친 전미선씨(28·여)는 “한국도 전투병을 파병하면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게 이라크인들의 인식”이라며 “그때가 되면 일본인처럼 위협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힘 받는 파병철회 운동=이라크 내 외국인들의 피랍사건이 잇따르면서 파병철회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참여연대 등 35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은 ‘파병반대를 위한 지식인의 1만인 시국선언’과 함께 대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노총도 9일 성명을 내고 “이라크가 제2의 전쟁 양상으로 치달아 한국군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추가 파병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강훈중 홍보국장은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파병을 강행하면 강력한 대정부 및 국회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전쟁에 한국군이 희생돼선 안 된다”며 “파병철회 범국민행동에 적극 참여해 파병반대 움직임을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자유총연맹 장수근 홍보매체본부장은 “이라크에서 현재 발생하는 위험만 고려해 파병을 재고한다면 국제적 신인도 추락이 불가피하다”며 철회운동 움직임을 비난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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