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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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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은 8일 서울 잠실 향군회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제50차 정기총회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민주당 최명헌(崔明憲) 사무총장과 함께 초청인사로 참석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박 대표와 정 의장이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
분위기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정 의장은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경기 성남분당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오후 2시 행사시간에 정확히 맞춰 도착했다.
그러나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군복을 차려입은 재향군인회 회원 30여명이 몰려들어 삿대질을 하면서 ‘개××, 노인부터 공경해라’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정 의장은 행사 진행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입장해야 했다.
장내 사회자는 “3당 대표 연설 뒤 질의응답 시간은 없다. 돌출 행동을 삼가 달라’고 여러 차례 방송하기도 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 대표는 행사 시작 후 20여분이 지나 시상식 중 입장했는데도 열렬한 환영 박수를 받았다. 박 대표와 정 의장은 나란히 앉아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다가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받고서야 악수를 했다.
3당 초청인사 중 먼저 축사를 한 박 대표는 연설 첫머리에서 “이상훈(李相薰) 재향군인회장님은 장교 시절에 아버님과 각별한 인연이 있던 분이셔서 더욱 감회가 깊다”라며 말문을 열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10분여의 연설 중간에 박 대표가 받은 박수는 17회.
박 대표가 빠져나간 뒤 정 의장이 단상에 오르자 장내가 웅성이기 시작했다. 정 의장은 긴장한 듯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읽어 내려갔다. 연설 중간중간 회원석에서 욕설과 고함이 터져나왔다. 연설 중 박수는 전역군인 복지 대책을 말하는 대목에서 회원 일부에게 받은 게 고작이었다.
연설이 끝나자 일부 회원들은 퇴장하는 정 의장에게 “노인 학대하지 말라, ××”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동행했던 비례대표 후보 조성태(趙成台) 전 국방부장관과 김명자(金明子) 전 환경부장관의 표정도 함께 일그러졌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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