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盧, 사과 대신 유감 표명 가능성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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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전 10시 특별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야당이 이날 오후 2시로 예고한 탄핵 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불과 4시간 앞둔 시점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대한 위기상황을 맞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통해 승부수를 던져왔다. 그래서 탄핵 표결이라는 여야의 정면충돌 직전에 이뤄질 이번 회견은 노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극한 대치정국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야당의 탄핵 발의를 비난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사과를 하는 모양새를 갖춰 사태를 수습하자는 온건론이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9일 밤 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과’ 표명을 건의했고, 문희상(文喜相)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야권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중재안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청와대의 기류는 여전히 강경하다. 한 핵심관계자는 “국민 여론이 탄핵에 부정적이지만, 노 대통령도 사과하라는 쪽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원칙을 굽히면서까지 부당한 요구에 응할 수는 없다는 게 노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10일 “지금 이 단계에서 대통령의 사과는 의미가 없다”고 발언해 노 대통령이 사과 요구를 수용할 여지는 훨씬 좁아진 셈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탄핵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선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정도의 유감 표시는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과’ 대신 이번 총선에서 △관권 개입은 결코 없을 것이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것이며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야당의 탄핵공세 명분을 희석시킨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별도로 노 대통령이 대선자금 및 측근비리 문제와 연결된 재신임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충격적 카드를 던짐으로써 지금의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자신의 거취 문제를 야당의 ‘부당한’ 탄핵 발의에 내맡기지 않고, 국민의 뜻에 따라 심판받겠다는 보다 진전된 구상을 제시해 탄핵 정국을 뛰어넘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재신임 문제에 대해 “결과적으로 내가 어떤 시기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는 총선 결과에 규제받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재신임의 구체적 방법론이 어떠하든 총선을 통한 ‘국민 심판’ 쪽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노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와 남은 임기 4년간의 권력분점 문제를 총선 결과에 결부시키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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