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군사회담 ‘개최’인가 ‘건의’인가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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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 회담이 간신히 공동보도문 발표라는 모양새를 갖추고 끝났다. 이번 회담도 양측의 덕담으로 순조롭게 시작됐다가 북한 대표의 강경 발언으로 분위기가 악화돼 마지막 날 가까스로 절충안에 합의하는 전형적인 구도로 진행됐다. 남북이 가슴을 열고 현안을 논의해 진심이 담긴 합의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합의사항 가운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당국자회담은 특히 문제가 있다. 군사회담이 성사돼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의 무력충돌 방지문제 등을 협의하게 된다면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남측은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으나 북측은 ‘조속한 개최를 각기 군사당국에 건의키로 하였다’고 딴소리를 했다.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건가, 건의하기로 합의한 건가.

“양측이 각자 편리한 대로 표현하기로 했다”는 우리 대표단의 해명이 가관이다. 그렇다면 해석 또한 양측이 자의적으로 할 게 아닌가.

반면 북한이 요구한 개성공단 시범단지 개발에 대해서는 ‘금년 상반기 중’이라고 분명하게 시기가 정해졌다. 게다가 북측은 20만t의 비료 지원을 요구했고 우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북한의 요구는 성의껏 배려하면서 북한이 꺼리는 군사회담은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장관급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된 이상 군사회담은 반드시 조기에 성사돼야 한다. 과연 북한이 그런 의지를 가졌는지 지켜볼 것이다. 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정부 또한 책임을 져야 한다. ‘생색용 회담’으로 긴장을 해소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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