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盧 경제 안챙겨” DJ“제1당이 잘해야”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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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신년인사로 덕담을 건넨 뒤 두 사람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신년인사로 덕담을 건넨 뒤 두 사람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이 5일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에게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루어진 30여분간의 만남은 최 대표가 먼저 얘기를 꺼내고 김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형식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최 대표는 먼저 “나라 경제가 어렵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 문제를 챙겨야 효과적인데 그런 모습이 안 보여 걱정이다”라고 경제를 화제로 삼았다.

이에 DJ는 “노무현 대통령이 잘 해야 한다”며 “노사가 한몸이 돼야 한다. 노사 융합이 안 되면 아무리 개혁해도 도리가 없다”며 노사 갈등을 우려한 뒤 “제1당이니 잘하라”고 답했다.

최 대표는 이를 받아 “전적으로 옳은 말씀”이라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찾아오면 단단히 기합을 줘 잘 해결하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한미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북핵 문제는 잘 풀리고 있는지 아닌지 오리무중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 정부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며 비판한 뒤 대여관계는 물론 당무감사 유출 파문 등 당내 문제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

이에 DJ는 최 대표가 경남 산청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한 뒤 “우리 조상인 가락국 10대왕 양왕은 백성을 무리하게 희생시키지 않으려고 대세에 순응해 나라를 신라에 넘겨줬다”며“백성의 안전을 생각하는 정신을 가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는 김해 김씨의 자랑”이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국민 우선의 정치’를 주문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최 대표가 지난해 6월 당 대표에 취임한 뒤 처음 이뤄졌다. 최 대표는 지난해 7월 취임인사를 위해, 또 같은 해 11월 김대중도서관 개관 기념식 참석차 DJ와의 회동을 추진했으나 DJ가 이를 거부했다. 당시 DJ는 한나라당의 대북송금 특검법 추진에 따른 반발로 최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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