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직접 나서 조사받아야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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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는 노 대통령의 도덕성에 심각한 회의를 갖게 한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5월 28일 “장수천 빚은 대선자금과 무관하며, 용인 땅 거래는 조금 호의적인 거래로 어떤 이득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장수천 빚을 갚기 위한 위장거래로 노 대통령이 사전에 이를 보고받았다’고 결론지었다.

노 대통령은 또 18일에는 “고교 후배인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으로부터 제가 큰 도움을 받은 편도 아니다”고 했지만 문씨가 측근들에게 1억3000만원을 건넨 현장에 함께 있었음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위장매매에 대해 “검찰이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수사한 의혹이 있다”면서 “법원의 판단에 앞서 피의사실을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썬앤문 사건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위법이 됐지만 범의(犯意)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노 대통령을 정점으로 그 측근들이 불법을 도모했고, 사후 문제가 되니까 서로 입을 맞춘 것으로 보아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뭐라고 했는가. 야당과 일부 언론의 ‘개혁세력 죽이기’라고 몰아붙이지 않았는가. 이기명 강금원 이광재 안희정씨 등 측근들이 줄줄이 거짓말하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은 왜 이를 제지할 생각을 못 했는지 묻고 싶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정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쳐진다면 국정의 안정적 운영은 어렵다. 국민이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데 나라에 영(令)이 제대로 서겠는가. 도덕성의 비교우위를 내세운다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기댈 언덕은 결코 아니다. 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다.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참된 고백성사와 함께 자청해서 특검의 조사를 받는 것이다. 그것만이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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