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썬앤문 게이트' 관련 노대통령 '정조준'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6시 36분


코멘트
한나라당이 '썬앤문 게이트'와 관련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썬앤문 게이트의 검찰 수사가 '깃털'에만 매달리고 정작 사건의 '몸통'인 노 대통령은 비껴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은 19일 비상대책위-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 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했고 썬앤문의 고문변호사를 했으며 손영래(孫永來) 당시 국세청장에겐 감세 청탁을 한 의혹이 있다"며 "대통령 측근들까지 줄줄이 연루된 상황에서 썬앤문 게이트의 최종 종착점은 노 대통령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어 "썬앤문 게이트는 김대중(金大中) 정권 말기 부패상이 드러난 이용호 게이트의 재판(再版)"이라며 "검찰이 철저히 파헤치지 않으면 노 대통령은 지도력을 상실한 것으로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대변인실도 이날 '노 대통령이 썬앤문 게이트의 몸통이라는 8대 의혹'이란 자료를 배포하며 파상 공세를 벌였다. 검찰이 노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기피하고 있는 정황 증거를 내놓으며 검찰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적시한 '8대 의혹'은 △노 대통령이 썬앤문의 감세 청탁을 위해 손영래 전 국세청장에게 전화한 의혹 △문 회장의 청와대 초청 배경 △문 회장이 1998년4월 노 대통령이 경영에 관여했던 장수천의 서울 판매회사인 명수참물의 공동 대표가 된 이유 △노 대통령이 썬앤문 고문변호사를 맡았던 사실을 은폐한 이유 등이다.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검찰은 문 회장이 사업을 신장하고 세금을 덜 낼 수 있도록 뒤를 봐준 배후세력을 밝히는 데엔 애써 눈을 감은 채 '여야 의원에게 같이 돈을 줬다'는 물타기 수사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노 대통령이 18일 충북지역 언론 회견에서 문 회장에 대해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람이지만 제가 큰 도움을 받은 편도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문제삼았다.

송태영(宋泰永)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까지 대통령 측근들이 무더기로 문씨로부터 거액의 검은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노 대통령은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감히 큰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발뺌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