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현역의원 대격돌…12명 17일에 총선출마 사퇴

내년 총선에 출마할 자치단체장이 17일 최종 확정되면서 현역 의원과 자치단체장의 ‘대혈투’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총선 출마 단체장은 선거일(내년 4월 15일) 전 120일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선거법 규정에 따라 이날까지 거취를 정해야 한다.

이날까지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고 사표를 낸 단체장은 모두 12명. 당초 30여명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천을 받기 위해 경선을 해야 하는 부담과 행정 공백 초래에 따른 비난여론 때문에 상당수 단체장이 뜻을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 혹은 3선을 하며 지역주민들과 몸으로 부딪혀 온 자치단체장들의 출마에 해당지역 의원들은 벌써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강동을과 중구가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동을에 출사표를 던진 김충환(金忠環·한나라당) 전 강동구청장은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부영(李富榮) 의원의 서울대 정치학과 12년 후배. 김 전 구청장은 이 의원의 권유로 1991년 서울 시의원에 첫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이 의원과 ‘12년 정치적 동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의원의 ‘후광’으로 95년 첫 지방선거 때 강동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3선을 연임했던 김 전 구청장은 이 의원이 7월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정치적 경쟁자로 바뀌었다.

서울 중구 출마를 선언한 김동일(金東一·민주당) 전 중구청장과 민주당 대표를 지낸 열린우리당 정대철(鄭大哲) 상임고문과의 빅매치도 관심사다.

정 고문의 경우 선친 정일형(鄭一亨·8선) 박사까지 합쳐 부자가 중구에서만 13선을 했지만 95년 지방선거 때 고 신기하(辛基夏) 의원의 소개를 받아 자신이 영입했던 김 전 구청장과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총선출마 단체장의 ‘홍일점’인 허옥경(許鈺卿) 전 부산 해운대구청장은 해운대 기장을에서 안경률(安炅律) 의원과 맞붙을 태세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선 구청장을 놓고 ‘오누이’간 대결을 불사해 화제가 됐다.

대전 충남에선 4명의 단체장이 자민련 후보로 나설 예정이다. 자민련 바람이 얼마나 거셀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임영호(林榮鎬) 전 동구청장은 지난해 대선 때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양희(李良熙)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이병령(李炳령) 전 유성구청장은 역시 유성구청장 출신인 열린우리당 송석찬(宋錫贊) 의원과 일합을 겨룬다. 오희중(吳熙重) 전 대덕구청장과 김낙성(金洛聖) 전 당진군수도 16대 총선 때 자민련 후보를 누른 열린우리당김원웅(金元雄) 송영진(宋榮珍) 의원과 각각 맞붙는다.

대구에서 출마할 임대윤(林大潤) 전 대구 동구청장, 이명규(李明奎) 전 대구 북구청장은 모두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과의 공천 경쟁에 나설 예정이어서 해당 의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권문용(權文勇) 서울 강남구청장은 최근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에게 불출마 뜻을 전했다.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 고재득(高在得) 성동구청장, 김세웅(金世雄) 무주군수, 이채익(李埰益) 울산 남구청장 등도 불출마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사퇴 단체장에 대한 보궐선거는 내년 6월 10일 실시된다.

한편 곧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예정인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는 지역구 불출마 뜻을 밝혔지만 당 지도부는 영남권 바람몰이를 위해 김 전 지사의 경남 창원 출마를 권유하고 있어 그의 지역구 출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총선 출마선언 단체장 명단
지역	출마예상자	희망 정당	출마 지역	현역 의원
경남	김혁규 전 경남지사	우	전국구
서울	김충환 전 강동구청장	한	서울 강동갑	이부영(우)
서울	김동일 전 중구청장	민	서울 중구	정대철(우)
부산	허옥경 전 해운대구청장	한	부산 해운대 기장을	안경률(한)
대구	임대윤 전 동구청장	한	대구 동구	강신성일(한)
대구	이명규 전 북구청장	한	대구 북갑	박승국(한)
대전	임영호 전 동구청장	자	대전 동구	이양희(한)
대전	이병령 전 유성구청장	자	대전 유성	송석찬(우)
대전	오희중 전 대덕구청장	자	대전 대덕	김원웅(우)
경기	원혜영 전 부천시장	우	경기 부천 오정	최선영(민)
경기	김선기 전 평택시장	한	경기 평택을	정장선(우)
충북	이시종 전 충주시장	한	충북 충주	이원성(우)
충남	김낙성 전 당진군수	자	충남 당진	송영진(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 우=열린우리당, 자=자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