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토지공개념 도입 검토]거론되는 제도는…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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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시정연설에서 밝힌 ‘강력한 토지공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가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건설교통부는 “한정된 자원인 토지를 공공의 이익에 맞게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토지의 개발 방식을 엄격히 관리함으로써 공익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의 공개념 3법을 재활용하나=1990년 도입됐던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개발부담금제)’ 등 부동산 공개념 3법의 재활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는 위헌 등의 결정을 받고 폐기된 상태여서 부활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

반면 개발이익환수제의 경우 다른 두 법과 달리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재활용’ 가능성이 높다. 건교부도 이 제도의 연장을 위해 기획예산처 등과 협의 중이며 수도권에 대해 일정 기간 연장하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문제가 되고 있는 재건축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신설할 수 있는 제도는 뭔가=현재 거론되는 방안으로는 주택거래허가제와 주택선매(先買)제가 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제도를 신설할 수도 있고,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의 적용 대상 면적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도입할 수도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건교부 장관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신고구역으로 지정하면 토지용도별로 일정 면적을 넘는 토지를 사고팔 때 시군구청장의 사전허가를 받거나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아파트에도 토지지분이 있으므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에 한해 적용면적 기준을 대폭 낮추면 거래시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허가요건에 ‘거주지’나 ‘직장 등과의 거리’ 등을 넣음으로써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방안은 토지지분이 거의 없는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고, 단속도 어렵다.

집을 파는 사람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중계약서를 작성한 뒤 주변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신고할 경우 정부가 그 가격으로 주택을 강제 매입하는 주택선매제도 프랑스 스웨덴 등이 일부 시행하고 있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세제 강화도 방법=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방안이 있다.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세금을 매기면 주택 과다소유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토지공개념 확대의 연장선상에서 종합토지세를 이원화, 시군구는 관할 구역 내 토지를 대상으로 물건별로 기본과세하고 토지 과다보유자에게는 전국적으로 누진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도 정부가 적극검토 중인 방안이다.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된 세제 강화 방안은 실거래 자료 확보 등의 선결과제가 많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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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盧대통령 토지공개념…이정우 실장의 ‘헨리조지論’에 바탕▼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토지공개념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경북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북지역 교수 10여명과 ‘헨리조지학회’ 활동을 하면서 토지공개념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확립했다.

‘헨리조지학회’란 토지사유제 철폐를 주장한 미국의 헨리 조지(1839∼1897)의 토지개혁 사상을 이어받아 토지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설립한 학자들의 모임. 이 실장은 지난해 ‘헨리 조지, 100년 만에 다시 보자’(경북대출판부)라는 책을 공동으로 펴내 문화관광부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지는 만 40세 때 ‘진보와 빈곤’(1879)이란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주요 내용은 △생산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절대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토지가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토지사유제 아래에선 진보의 혜택이 노동과 자본에 돌아가지 못하고 토지투기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미 토지사유제에 익숙한 나라에서는 토지를 환수할 필요까지는 없으며 단지 매년 토지의 연간 임대가치를 정부가 환수하고 그 금액만큼 다른 조세를 면제하는 토지가치세를 물리면 된다 △토지가치세제를 실시하면 사회정의와 경제능률이 다같이 피어나지만 이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현대 문명도 쇠퇴하고 만다는 것 등.

헨리조지학회 멤버인 경북대 김윤상(金潤相) 행정학과 교수는 “진정한 토지공개념은 지대조세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대세는 토지의 지대(즉 토지의 임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해 가급적 100%에 가까운 균일한 세율로 징수하는 세금. 그는 “지대세는 △국세 △지방세 △신 행정수도에만 시범 도입하는 방안 등 세 가지로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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