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휴대전화 도청’ 청문회 추진

  • 입력 2003년 10월 7일 19시 23분


코멘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오른쪽)가 7일 오후 국감대책회의를 주재하며 휴대전화 도·감청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오른쪽)가 7일 오후 국감대책회의를 주재하며 휴대전화 도·감청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이 7일 휴대전화 도·감청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나섰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박진(朴振) 의원이 “대통령비서관과 일부 국무위원에게 도청방지 시스템이 장착된 비화(秘話·비밀대화) 전화기가 지급됐다”며 이 문제를 공론화시킨 여세를 몰아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여기에는 도·감청 문제가 민감한 이슈인 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점도 작용한 듯하다.

한나라당은 특히 정보통신부가 2001년 11월 각 기관에 ‘비화휴대전화 구입 및 이용요금 관련 예산을 확보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진대제(陳大濟) 정통부 장관은 6일 국감에서 “공문은 발송했지만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의 도청이 어렵고 비화기를 구입할 경우 국민이 불안해할 우려가 있어 예산집행을 취소했다”고 답변했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7일 국감대책회의에서 정통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비화단말기 사용근거는 1급 비밀”이라고 밝힌 데 대해 “지금 쓰고 있는 휴대전화가 도청되기 때문에 비화장치를 해야 된다는데 그게 무슨 1급 비밀이냐”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이어 “국민들에겐 휴대전화 도청이 안 된다고 해놓고서 실제로는 도청이 되기 때문에 정부는 비화기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며 “휴대전화 도청 문제가 사실이라면 이 정부의 도덕성엔 정말 문제가 있다”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해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비화 전화기’ 논란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어 진상 규명을 한 뒤 국감에서 비화기 지급 사실을 부인한 진 장관을 위증이나 국감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8일 도·감청 관련 청문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가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비화 휴대전화 개발을 방해한 것은 국민에게 휴대전화 도·감청 가능성을 은폐하고 정부 수뇌부만 안전통화를 즐긴 셈”이라며 “정부 당국은 더 이상 도청공포가 증폭되기 전에 휴대전화 도·감청에 대한 분명한 입장부터 밝혀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검찰이 출입기자들의 휴대전화 통화명세를 추적한 사실에 대해서도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정의화(鄭義和) 수석부총무는 “법사위에서 이 문제를 계속 추궁해 나가겠다”며 당 차원의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영선(金映宣) 대변인은 “사법권이 적법절차도 거치지 않고 내사 명목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어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