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 검찰수사 전망]反국가활동 입증에 초점

  • 입력 2003년 10월 2일 19시 35분


재독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어떻게 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두 손을 모은 채 눈은 감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경모기자
재독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어떻게 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두 손을 모은 채 눈은 감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경모기자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밝혀진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가 2일 기자회견에서 주요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검찰 조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송씨의 태도로 미뤄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조사의 초점=검찰에 송치된 송씨의 혐의는 △반국가단체 가입 △특수탈출 △회합·통신 △금품수수 등 크게 4가지. 이 가운데 송씨가 북한 권력 서열 23위에 해당하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했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3조1항2호)에 해당하는 이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형 또는 무기,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송씨와 검찰간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국정원 조사 결과 송씨는 94년 7월 김일성(金日成) 주석 사망 당시 자신이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북한 장례위원에 선정된 사실을 통보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91년 후보위원에 선정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송씨는 기자회견에서 선정사실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정원에서 넘겨받은 관련 증거 등을 토대로 송씨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송씨 기자회견을 보면 일부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며 “자신이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적극적으로 그만 둔다고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송씨의 노동당 입당 및 이후 활동 경위 등도 집중 조사 대상. 송씨는 “73년 입북을 위해 입당했으며 당원으로 의식하고 활동한 적이 없다”면서 특별한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그 경위를 따질 계획이다.

공작금 수수 여부도 관심사. 송씨는 기자회견에서 “학술활동비 명목으로 총 7만∼8만달러를 받은 적은 있으나 거액의 공작금을 받지는 않았다”고 반박했기 때문에 검찰은 송씨가 받은 돈의 성격과 규모에 대해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

▽수사 전망=송씨가 2일 “위법 사실이 있으면 실정법에 따라 처벌 받겠다”고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결정적이고 중대한 혐의는 모두 부인함에 따라 송씨가 검찰 조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송씨에 대한 소환 조사 횟수가 검찰이 당초 예상한 한 차례에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것은 송씨의 협조 여부에 달렸다”며 “송씨가 잘 진술하면 빨리 마무리되겠지만 변명하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송씨를 직접 조사하기 전에는 그의 사법처리와 관련해 어떠한 판단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송씨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공소보류보다는 기소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확보한 일부 물증의 경우 외교상 민감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송씨가 혐의를 부인할 때 이런 물증이 제시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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