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두관 동지께 드립니다]편지 전문 보기

  • 입력 2003년 9월 13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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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다가 왔으나 재래시장은 사람발길이 한산합니다.

이민박람회에는 사람발길이 넘쳐납니다.

부안군에서는 드디어 주민투쟁이 민란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의 이념과 정책이 국민들 속에 자리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국가적 혼란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이며 그것도 대통령 자신이 만들어낸 인재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노무현 대통령에게 절절한 심정으로 공개서한을 보낸바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간접으로 고언을 드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나라의 혼란은 극심해지고 민심은 점점 대통령의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비록 정당은 다르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좋은 대통령을 만나야 나라가 편안해지고 국민들 사이에도 흥이 살아날 텐데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한 번 더 고언을 드립니다.

저는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서 당내에서 반대의견을 제일처음 공개적으로 천명한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이유가 아니라 야당적 입장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새삼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의회는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전당입니다.

대통령 자신도 국회의원을 역임하였으며 이 원칙에 따라 의정활동을 하였지 않습니까?

국회에서 의결된 안건에 대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독재자들의 통치행위이지 민주주의 대통령이 취할 것은 아닙니다.

국회에 상정된 안건은 때로 당리당략에 따른 것일 수도 있으나, 그것이 국회에서 막상 표결로 의결되고 나면 그 결과에 따르는 것이 의회주의의 관례입니다.

지난날 김대중 정부시절 연 사흘 날치기 단독 통과를 한 수많은 법안들도 그대로 시행되었고, 신한국당이 단독 날치기한 노동법, 금융관계법도 절차에 따라 다시 개정 되었습니다.

대통령, 당신은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해임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야당과 국민과 언론에게 싸움을 거는 것이며, 당신은 이런 싸움에 흥미를 느끼는 모양이며 마치 싸움에 이기는 것이 정치를 잘하는 것인 양 착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지난날 암울했던 시대를 함께 호흡하면서 살아왔던 동지적 관계로서 또 한번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당신은 지금 이 나라 정치의 중심에 서있지 변방에서 싸우는 야당정치인이 아닙니다.

김두관 장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先公後私 하십시오.

추석 연휴가 끝나는 15일쯤해서 해임안을 받아들이십시오.

그것이 민심이며 대통령의 길입니다.

사랑하는 김두관 동지,

나는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는 동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어두웠던 시절, 홍제동 시절 어떻게 그 시절을 극복 했습니까?

나는 지금도 동지와 함께 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납니다.

내가 수없이 수배, 연금, 투옥 당하던 칠흑같이 숨 막히던 시절 당신은 나와 동지로서 그 시절을 투쟁하나 만으로 넘겼습니다.

그러나, 김두관 동지, 지금 당신은 우리나라의 국무위원이며 장관입니다.

해임안의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묻어두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길을 걸으십시오.

나는 당내에서 소수의견으로 끝났지만 당신의 해임안이 옳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당은 다수의 원칙으로 당신의 해임을 당론으로 굳혔습니다.

당론을 뒤집기에는 내가 역부족이었고, 또 그것은 옳지도 않았습니다. 원내총무를 했고 당 대표까지 출마했던 내가 당론을 따르지 않는다면 나는 한나라당에 있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사랑하는 김두관 동지,

우리가 선자리가 어디든 간에 우리는 정직하게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를 살아갑시다.

해임안 국회통과 이후 김동지가 보여준 정치적 행위는 정치인으로 도가 넘었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당신의 소리를 가슴 아프게 경청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뭐라 든 당신에게는 당신의 길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장관이지 싸움꾼이 아닙니다.

더 이상 야당과 국민에게 시비를 거는 싸움꾼의 인상을 주지 마십시오.

그만 했으면 당신의 할말은 다했습니다.

이제 조용히 당신 앞에 놓여진 길을 묵묵히 걸으십시오. 당신은 그래도 장관을 한번 하지 않았습니까?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은들 무슨 큰 영광이 있겠습니까?

국민의 눈길이 당신에게 따스할 때 그 자리에서 털고 일어서십시오.

추석 잘 보내시고 15일쯤 사표를 내시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십시오.

나는 당신을 앞으로도 동지로 사랑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과 내가 서로 다른 정치적 길을 간다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 스스로 사표를 내는 것만이 그나마 정국을 조금이라도 정상괘도로 돌려놓을 것입니다.

대통령과 장관은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하는 자리이지 국민들을 편 가르기 하는 싸움꾼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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