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現 정치상황과 거리 두겠다”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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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정치상황과 거리를 두겠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 “현재의 정치와 정치권이 매우 혼란스럽고 시끄럽다”며 “정부와 청와대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개입하거나 말려들지 말고 차분하게 국정을 실무적으로 챙겨나가자”고 거듭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비서실이 과거에는 정치적 기능을 많이 해왔지만, 이제는 정부와 입법부가 견제와 균형을 하는 고전적 의미의 정부 형태로 보고 비서실도 실무형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또 “독재 시절에는 힘으로 무리하게 통제해 왔고, 그 이후에는 정당 제도를 통해 (당을) 장악해 왔으나 지금 국민은 이러한 장악과 통제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당원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13일 경북 경주시에서 있었던 ‘경북도민과의 대화’에서도 노 대통령은 “민주당 당내 문제가 누구를 만나도 어렵다. 그런 어려움이 있어서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6월 초 중국 방문 이후 민주당 인사들의 면담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한 바 있고, 6월 말 새로 선출된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와는 상견례조차 하지 않았다.

이날 노 대통령이 ‘정치가 시끄럽다’고 언급한 것은 현대비자금 사건에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 연루되고 여권 전체가 총선 자금 파문의 영향권에 놓여 있는 상황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 안팎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당 논의 과정에서 자칫 ‘노심(盧心)’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탈(脫)정치’ 행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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