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의혹해명 회견 배경]"위법 사실 없다" 정면돌파 카드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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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형 건평(健平)씨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 형식을 통한 대국민 직접 설득이라는 ‘정면 돌파’ 카드를 선택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건평씨의 부동산 관련 의혹에 대해 “지난해 대선 때 이미 거론됐던 것을 재탕삼탕하고 있다”며 대통령 취임 전 친인척의 사적인 금전거래에 대해 청와대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건평씨가 거래한 부동산의 실제 주인이 노 대통령이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생수회사인 장수천의 채무를 대선자금으로 변제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야당에 의해 제기되자 더 이상 의혹의 확산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측도 건평씨의 부동산 문제나, 장수천을 둘러싼 금전거래관계,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 문제 등이 모두 노 대통령이 장수천을 인수해 경영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 대통령의 진실 고백을 촉구한 것은 물론 특검제 도입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여야관계가 다시 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청와대 입장 변화의 동인(動因)이 된 셈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28일 기자회견에서 과연 어느 정도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 대통령은 우선 자신이 직접 알고 있는 부분과, 그동안 민정수석실에서 조사해 온 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안의 진상을 소상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및 거제시 구조라리 등 건평씨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장수천 인수 경위, 장수천의 채무 변제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설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건의 발단이 된 ‘장수천’과 측근인 안씨가 세웠던 ‘오아시스 워터’에 대해서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청와대는 안씨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는 복안이지만 장수천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어느 정도 언급은 불가피할 것 같다.

민정수석실측은 현재 건평씨는 물론 장수천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이기명(李基明) 전 후원회장 등 관련 인사들에게서 경위 설명을 들었고, 관련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정밀 조사를 벌였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은 “자체조사는 건평씨에만 의존하지 않았다”고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현재까지는 위법 사실이 드러난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론이 과연 어느 정도 납득할 것인지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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