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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16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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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16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귀국한 뒤 공동성명이 작성된 막후 배경이나 구체적 설명을 듣기 전에는 속단하기에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경협은 북핵 전개상황을 보아가며(in light of developments) 추진한다’는 공동성명 표현에 대해 “(북핵 해결이 진전되는 만큼 경협을 추진하는 식의) 기계적 연계를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고 풀이했다. 정 장관은 그 이유로 “도식적인 연결을 의미한다면 영문 표현에서 ‘in light of’라는 모호한 표현보다는 (인도적 지원을 정치상황과 연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대목에서 사용한 대로) ‘연계한다(linkage)’는 단어를 썼을 것이다”고 말했다.
설사 한국이 핵문제와 경협을 연계시키더라도 북측이 대화 거부 등 강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高有煥)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선제공격 중심의 대외정책을 확인했고, 현실적으로 한국 정부 이외엔 식량지원을 기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사소한 문제로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16일 조선중앙방송 논평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살정책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한 반면 남측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한미 정상회담 후 북한의 첫 공식반응인 이날 논평을 주목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노 대통령의 ‘북핵-남북 경협 연계’ 발언을 직접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북-미관계와 별도로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통일부는 또 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샌프란시스코행 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조건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순 없다”고 언급한 데에 고무돼 있다. 북한은 그동안 고위급회담을 사전에 문서로 약속하고도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무산시키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기도 했으나 이제 더 이상 이런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기류가 통일부 내에서 흐르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는 ‘햇볕정책’ 탓에 남북관계가 ‘뒤바뀐 갑(甲·채권자)과 을(乙·채무자)의 관계’였다는 것. 남측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쌀과 비료를 지원하기 위한 회담을 하면서도 오히려 북한이 큰소리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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