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보다 시급한 남북 현안 없다

  • 입력 2003년 4월 27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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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사흘 일정으로 시작된 10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핵을 포기하라”는 기본입장을 북측에 분명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그렇게 말했고 수석대표인 정세현 통일부 장관도 첫날 회담에서 핵문제를 언급했다고 하니 그렇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북한의 핵 보유 시인 이후 더욱 절박해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결의를 다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보다 절실한 것은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이다.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북한으로부터 핵을 포기하겠다는 명시적인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3개월 전 서울에서 열린 9차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 김영성 수석대표는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 의사가 없다”고 공언했다. 당시에도 우리 대표단은 북측에 핵동결조치 해제의 원상복구,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 철회 등을 요구했으나 결과는 고작 “남과 북은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는 한가한 내용의 공동보도문 채택에 그쳤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당시 북측이 한 거짓말과 그들이 핵 보유를 시인함으로써 명확해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위반 문제를 제대로 따져야 한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남한의 핵회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의 적대적 전략 포기도 촉구해야 한다. 우리의 다자논의 참여 여부는 정부의 대북한 설득 능력에 달려 있다.

이번 회담은 새 정부 출범 후 첫 장관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전망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부가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지, 전임 정부처럼 북한에 할 말을 못하고 끌려다닐 것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북핵 폐기보다 시급한 남북 현안이 없는 터에 대북지원 약속이나 하고 말 것인지를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핵을 포기하게 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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