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부처 장악력강화 논란]“장관 보좌관 신설은 屋上屋”

  • 입력 2003년 3월 20일 19시 09분


《청와대가 각 부처에서 파견받은 30명의 실무 과장급으로 만든 정책상황실을 가동하면서 부처 움직임을 상시 체크하고 있어 청와대의 일선 부처 장악력이 이전 정부보다 훨씬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또 정책실장 밑에 대통령 국정과제를 추진할 10개의 태스크포스팀을 둘 예정이어서 핵심적인 정책결정권은 모두 청와대가 행사하고, 정작 각 부처는 소외를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개 부처에 2,3명의 장관 정책보좌관을 별도로 두려고 하는 것도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정책상황실, 태스크포스로 부처 장악=청와대는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 아래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을 두고 △기획조정 △정책상황 △정책관리를 각각 담당하는 3명의 비서관 체제로 정책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동북아중심국가추진과 국가균형발전추진 등 10개 태스크포스도 조만간 가동할 예정이다.

정책상황실에서는 국방부와 법무부를 제외하고 각부처에서 파견받은 30명의 과장급들이 부처 움직임을 상시 체크하고 있다. 부처의 정책동향 뿐 아니라 현안을 보고 받고 상황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행정관 직책으로 부처와의 ‘연락관’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와 별도로 대통령의 10개 국정과제를 챙기는 정책관리실도 따로 가동중이다. 정책관리실은 앞으로 출범할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10개 팀의 업무를 관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청와대는 이들 조직에 대해 이전 정부에 있던 정책 경제 복지노동 교육문화의 4개 수석실을 통폐합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 보좌관제 신설 ‘옥상옥’=장관 정책보좌관을 각 부처에 2, 3명씩 두는 청와대 방침에 대해 정부부처에서는 기존의 보고라인을 무력하게 만들 소지가 있고, 자칫하면 관료조직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는 다음달 중순까지 19개 부처에 조직규모에 따라 2, 3명씩 총 40여명의 정책보좌관을 채용하도록 조치했다. 이를 위해 행정자치부는 대통령령으로 ‘장관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법제처 및 기획예산처와 협의중이다. 청와대는 27일 차관회의에 안건을 상정한 뒤 바로 국무회의에서 확정할 방침이다. 자문관에 외부인사를 충원할 경우 직급은 2∼4급 별정직과 계약직 신분이며 장관과 임기를 함께 한다는 방침이다. 자문관은 부처 내 일반공무원 중에서 발탁할 가능성도 있지만 상당부분 외부에서 충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당 부처 반응=재정경제부의 한 간부는 “청와대가 부처에 힘을 실어준다고 했지만 실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핵심정책은 청와대가 모두 가져가고 재경부는 그야말로 실무만 챙겨주는 ‘손발’ 기능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의 독주를 경계했다.

행정자치부 한 간부는 “국장급 보좌관이 올 경우 정작 부처 국장들은 보좌관에 치여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좌관들이 장관과 함께 부처내 ‘이너서클’을 형성하면 폐단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간부는 “정책보좌관제가 정책보좌 기능에서 벗어나 ‘시어머니 역할’을 하면서 사사건건 간여할 경우 공식계통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료 출신의 장관이 임명된 부처에서는 장관보좌관제가 실익이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행정경험이 별로 없는 부처 장관들은 자문관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건교부 같은 경우 정책보좌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고 전했다.

노동부내에서도 “노사 양측이 기존 공무원들을 제치고 장관의 분신격인 보좌관만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보좌관제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정책보좌관을 통해 부처 공무원을 장악하려 할 경우 불협화음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부의 한 국장은 “장관이 자문관을 어떤 식으로 운용할지에 성패가 달렸다”면서 “장관 보좌관의 역할과 권한을 미리 정해 월권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책보좌관을 대부분 외부에서 충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책보좌관이 어떤 일을 할지 전혀 알 수 없어 장관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비판=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20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청와대가 장관정책보좌관제를 도입키로 한 것과 관련, “장관 밑에 보좌관 2,3명을 둔다지만 원래 차관 차관보 국·실장이 전부 보좌관인데 굳이 보좌관제를 신설해 큰 정부를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임인배(林仁培) 의원도 “이름만 정책보좌관이지 결국은 ‘내사람 심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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