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多者해법' 美주장 탄력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04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3일 전화 통화를 통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다시 한번 의견을 모음에 따라 다자(多者)해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미국이 제시한 다자해결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표명했고 한반도 주변국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다자 틀 어떻게 가닥 잡나=국제사회는 현재 ‘P5+5(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남북, 일본, 호주, EU)’ ‘2+2(남북+미국 중국)’ ‘4+2(남북 미국 중국 등 4자회담 대상국+러시아 일본)’ 등 다양한 형식을 구상하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구상은 북핵 문제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위협 등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여서 미국뿐 아니라 관련 당사국들이 해결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미국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아직 어떤 형식의 다자 틀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다자 해법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북한을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불가침협정 체결을 요구하며 북-미 양자 대화를 고집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권 말기 미국의 다자 틀 구상을 갖고 방북했던 임동원(林東源) 전 외교안보통일특보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도 북한의 이 같은 태도 때문이었다.

▽다자 틀 어떻게 운영될까=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13일 “우리가 다자 대화를 찬성하지만 그 안에서도 미국과 북한과의 실질적인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자 대화와 북-미간의 양자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은 현재 북핵 문제는 다자 대화를 통해 해결하되 핵문제의 해결 가닥이 잡히면 북-미 양자 대화를 통해 불가침협정 체결 문제나 경제지원 등 북한의 요구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이 다자 틀을 통한 북핵 해결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혼자서만 대북 지원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다자 대화와 북-미 양자 대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물론 미국도 설득해야 한다. 또 다자 대화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순순히 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까지는 장기적인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과거의 다자 틀 사례=한반도 문제에 대한 다자 틀 해법이 가동된 것은 김영삼(金泳三) 정권 당시의 4자회담이 대표적이다. 4자회담은 우리를 배제한 북-미 평화협상 진행을 우려한 정부의 불안감, 미국과의 협상 통로를 구축하려는 북한의 기대, 한반도의 현상유지라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남북과 미국 중국의 관심이 다른 데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집요하게 이어지면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99년8월 6차 회담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4자회담 주요 일지
일시주요 일정주요 내용
96.4.16한미 양국정상 4자회담 공동제의남북이 평화체제 구축 주도
9.2북 외무성대변인 담화주 의제는 미군철수 문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
12.28북-미 뉴욕 접촉, 북 공동설명참가 의사 표명공동설명 이어 북-미 고위급회담 개최 합의
97.3.54자회담 공동설명회(뉴욕)북측,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언급
7.28남북한, 미 중 4자 실무접촉예비회담 방식 협의
8.5∼71차 4자 예비회담(뉴욕)예비회담 종료 후 6주 이내 개최
9.18∼192차 4자 예비회담(〃)의제 및 식량 문제 이견으로 합의도출 실패
11.213차 4차 예비회담(〃)4자회담 개최 합의. 의제는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한 제반문제로합의
12.9∼101차 4자회담 본회담(제네바)한반도 항구적 평화 조성하는 문제 협상키로
98.3∼99.82∼6차 4자회담 본회담(제네바)평화체제, 긴장완화 분과위 설치 및 가동. 북측은 주한미군 철수 및 북-미 평화조약 체결 주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