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2·27 組閣]김진표 '안정카드'로 경제 불안잡기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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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경제부총리(왼쪽)가 27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기 직전 다른 각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기자
김진표 경제부총리(왼쪽)가 27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기 직전 다른 각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기자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첫 경제팀 진용이 확정됐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나갈 정책분야 ‘쌍두마차’ 가운데 청와대는 ‘개혁형’, 행정부는 ‘안정형’으로 짜여졌다. 또 옛 경제기획원, 재무부, 교수 출신을 골고루 배치해 조화를 고려한 흔적이 배어 있다.

특히 김진표(金振杓) 신임 경제부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행정부 경제팀은 정통 경제관료가 대거 기용됐다. 일단 안정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도는 최근의 심상찮은 경제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분야마저 진보적 인사 일색일 경우엔 불안감이 커진다는 분석에 따라 ‘조화형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팀워크와 안정감 중시=이번 조각(組閣)에서 경제분야는 ‘개성’보다는 조정능력이 돋보이는 전문가들이 대거 발탁된 점이 두드러진다.

‘경제팀 수장’인 김 경제부총리는 경제부처에서도 가장 보수성향이 강한 옛 재무부 세제실 출신. 하지만 각 부처의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는 균형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에서 정책조율을 할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은 학문적 성향에서는 성장 일변도의 경제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높였던 개혁성향 교수로 꼽힌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로서 보인 업무스타일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먼저 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주로 듣는 청취형이었다.

일찌감치 발탁이 예상됐던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 장관은 70, 80년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주도하던 옛 경제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었다. 하지만 무리없이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이어서 호흡을 맞추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최종찬(崔鍾璨) 건설교통부 장관과 윤진식(尹鎭植) 산업자원부 장관도 재경부 출신으로 이번 경제팀은 역대 어느 경제팀보다 팀워크가 중시됐다는 평이다.

정통 경제관료의 대거 발탁도 두드러졌다. 행정부 경제팀에서는 기업인 출신인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장관과 정치인 출신인 김영진(金泳鎭) 농림부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행정고시 출신의 경제관료들이다.

현오석(玄旿錫) 무역연구소장은 “이번 경제 관련 조각은 다른 부처에 비해 확실히 과격한 조합은 아닌 것 같다”며 “청와대나 경제부처의 경제관료들은 친화력과 조정력에 강점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후속인사 잇따를 듯=전임자인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보다 무려 9회나 낮은 행시 13회 출신이 새 경제팀 수장이 됨에 따라 재경부 등 경제부처에서 대거 물갈이 인사가 예상된다.

재경부에는 세제전문가인 김 부총리를 보완하기 위해 옛 경제기획원 출신이 차관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행시 기수가 낮은 차관이 오면 14∼17회인 1급들 가운데 상당수가 후배에 밀려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은 국세청 차장이 김 부총리보다 선배인 12회이고 동기인 13회도 4명이나 돼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또 이번 인선에서는 빠졌지만 재벌개혁을 포함한 새 정부의 직접적인 ‘개혁정책’ 수위를 가늠케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위원장에 누가 기용될지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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