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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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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당선자는 한나라당의 대북 4000억원 지원의혹 제기에 대해 TV토론 등에서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본다. 취임 전까지 수사가 안 되면 취임 이후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수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부터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문 실장내정자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치적 해결이라는 해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는 이날 ‘노 당선자의 의중이 실린 발언이냐’는 물음에 “그런 것은 아니다. 내일(3일) 보고하겠다”면서도 노 당선자와 사전 협의를 거쳤느냐는 질문에는 “NCND(부인도 시인도 않는다)다. 내가 거짓말을 잘 못해서…”라고 말했다.
그가 분명한 사실관계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민감한 현안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입장을 표명하려면 적어도 당선자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을 것이란 점은 정치적 상식에 속한다. 즉, 노 당선자가 공식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입장을 문 실장내정자가 ‘총대’를 메고 ‘흘렸을’ 것이란 해석이다.
문 실장내정자가 김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신·구 정권 양측의 ‘조정역’으로서 청와대측이 먼저 진상규명을 한 뒤 검찰 수사를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을 제시했고, 노 당선자도 이에 동의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내정자가 문 실장내정자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먼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문희상 내정자 문답▼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는 2일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의 사실상 시인으로 진실은 상당 부분 드러났다”면서 “검찰 수사 여부는 검찰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지만 내 생각엔 실익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자간담회에 앞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현대는 대북사업을 계속하려면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했다. 그렇게 투자했는데 북한이 문을 닫아버리면 망하는 것 아니냐. 솔직히 김 대통령도 노벨평화상에 욕심이 있었을 테고…”라며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 문제의 성격을 나름대로 규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진상규명은 더 이상 필요 없나.
“진상을 규명한다는 것은 원칙이다. 다만 김 대통령이 솔직한 고백은 아니더라도 사실상 시인하지 않았나. 실체적 진실은 드러난 상황이다. 검찰이 나서봤자 실익이 없다. 형사소추 대상이 안 되는데 왜 조사하나.”
―더 밝히면 국익이 손상된다는 근거는….
“검찰이 수사하려면 형사처벌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관리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인데 부수적인 것이다. 이종혁(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말한 것 봤나. 꼬치꼬치 밝힌다고 하다가 턱도 없는 결론에 도달하면 북한이 너 죽고 나 죽고 하는 식으로 나올지 모른다. 현대 7대 사업은 엄청난 것이다. 이걸 제로로 돌리면 되겠는가.”
―여야가 국회에서의 국정조사나 특검제에 합의하면 받아들이겠나.
“그렇다. 그러나 여야가 국정조사나 특검제 차원을 넘는 고차원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나와야 한다. 통일 외교 안보 국방분야는 여야도 없고 계파 정파도 없다. 망하면 같이 망한다. 국민이 서로 물고 뜯고 하다가 망한다.”
―언제까지 마무리해야 하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취임 전에 마무리 돼야 한다. 이 정권에서 털고 가야 한다.”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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