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5억 北에 갔다]DJ 사전에 몰랐을까

  • 입력 2003년 1월 30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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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30일 현대의 대북 송금을 인정함에 따라 과연 김 대통령이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송금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비정상적인 4000억원을 현대상선에 대출해주고 이 돈이 북측에 안전하게 건네지는 과정은 정부의 최고위급 실력자가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엄낙용(嚴洛鎔) 전 산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4000억원 대출이 이상해서 전임 총재인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에게 물었더니 ‘청와대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의 전화 때문에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증언, 대출지시의 배후인물로 당시 한 비서실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부가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경우 당연히 김 대통령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순리다.

또 2235억원이 북측에 건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2000년 6월 당시 외환시장은 아무런 충격도, 소문도 없었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이 다수의 비밀계좌를 갖고 있는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돈을 환전한 뒤 해외에서 북측에 보냈거나 산업은행 수표를 국정원 도움 아래 소액으로 나눠 돈세탁을 하고 해외에서 북측 비밀계좌로 송금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과정에서 최초의 수표 65장(4000억원) 가운데 39장(176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6장(2240억원)은 이서 내용에 가공의 이름이 등장하는 등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도 “2억달러를 북한에 보내는 과정에 국정원이 환전 등에서 편의를 봐준 것 같다”고 밝혀 국정원 개입을 시사했다. 이런 사안이라면 국정원이 사전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거나, 최소한 사후에 보고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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