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국정연설 "北정권 核야망 버려야 주민 되살릴 수 있을 것"

  • 입력 2003년 1월 2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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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8일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강조했다. 비록 북한과 관련된 대목은 1시간여의 연설 중 3∼4분에 불과했으나 여러 대목에서 직간접적으로 북한을 겨냥해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지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악의 축(axis of evil)’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은 삼갔다. 대신 ‘무법정권들(outlaw regimes)’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했다. 수사(修辭)의 강도는 다소 낮아졌으나 실제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오히려 보다 강경해졌다는 지적이다.

미 정부가 이처럼 북한의 ‘선(先) 핵폐기’를 요구한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임동원(林東源)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방북에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를 이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옮겨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IAEA 이사국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갖고, 북핵 문제를 안보리로 상정할 특별이사회 개최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로서도 임 특보 방북이 결정된 뒤 특별이사회 개최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뤄달라고 말할 근거가 없어졌다.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북핵 대응의지에서도 이 같은 북핵 해결 구상이 보인다. 그가 “오늘날 북한 정권은 핵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으나 미국과 세계는 결코 협박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이 미국을 속였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이 최근 북핵 위기를 90년대의 양자(兩者) 해법과는 다른 다자(多者) 해법으로 풀어나갈 것임을 거듭 시사한 것이다.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지난해처럼 ‘악의 축’이라는 자극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데 안도하면서도 앞으로의 북핵 해법에 미칠 영향과 해법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는 “‘무법정권들’이라는 표현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는 나라이지, 특정한 국가를 지칭한 게 아니어서 북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평화적인 해결책과 함께 앞으로의 대북 지원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균형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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