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강하게 나오면 김정일 더 반발"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39분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가진 상식있는 사람.’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56)가 12일 하바로프스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회담하면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 매체가 13일 전했다.

풀리코프스키 대표는 2001년 7월 김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때 24일간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에 동승했으며 지난해 8월 하바로프스크 방문 때에도 줄곧 동행할 정도로 ‘김 위원장을 가장 잘 아는 외국인’으로 통한다. 지난 해도 두 차례나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독대했고 김 위원장 러시아 방문 동승기를 출판하기도 했다.

풀리코프스키 대표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 핵과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하자 “위기 상황인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 핵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성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 평등한 조건에서 이야기가 가능하다면 2국간이든 다국간이든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면서 “(협상에서) 긍정적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은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는 것처럼 비쳐지면 반발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8월 방러 때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나는 더욱 강하게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부시 정부에 대한 불쾌한 반응과는 달리 제네바 기본합의를 도출했던 빌 클린턴 정권 때의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만족해 했다고 풀리코프스키 대표는 덧붙였다.

이에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0일 모스크바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회담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해 “이야기가 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해 김 위원장에 대한 러시아측 시각이 미국과는 다름을 드러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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