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통합21 대변인, 정몽준 공조파기 전말 공개

  • 입력 2002년 12월 24일 18시 43분


국민통합21 김행(金杏) 대변인이 24일 대선 투표일 직전인 18일 정몽준(鄭夢準·사진) 대표가 돌연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 결정을 내린 전말을 문서로 정리해 공개했다.

일지 형식으로 서술된 10쪽 분량의 문건에서 김 대변인은 공조파기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사전계획설’‘외부개입설’ 등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파기결정이 정 대표의 독단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음은 문건 요지.

“사건 당일 부평 유세에서 정 대표는 몰려든 청중 앞에서 춤까지 추며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 6시30분에 시작된 명동 유세에서는 당초 노-정 두 분만 연단에 오르기로 했는데 민주당 정동영(鄭東泳)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이 노-정과 함께 등단했다. 이때 통합21 김흥국 문화예술특보는 단상에 오르려다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했다. 노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을 치켜세우고 특히 정동영 의원을 ‘차세대 지도자’라고 소개한 반면, 정 대표에 대해선 ‘재벌개혁을 하겠다’며 ‘도와주실 거죠’라는 말만 했다.

이어 종로 유세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오후 8시30분쯤 종로4가에 있는 음식점 우래옥에서 김흥국 특보는 캔맥주를 마시며 울분을 토로했고, 정 대표의 부인 김영명(金寧明)씨는 눈물을 흘렸다.

정 대표는 오후 9시쯤 별실에서 최운지(崔雲芝) 조남풍(趙南豊) 공동선대위원장과 이달희(李達熙) 비서실장, 정광철(鄭光哲) 공보특보 등 4명만을 불러 (파기) 얘기를 나눈 뒤 10시쯤 내게 (공조파기를 선언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지시했다.

19일 오전 6시30분 정 대표 자택으로 당직자들이 찾아가 철회를 설득했으나 정 대표는 ‘개인이나 당만을 생각하면 내릴 수 없는 힘든 결정이다.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거짓말이나 배신은 가장 나쁜데 내가 만약 노 후보를 지지하면 나 역시 5년 동안 국민을 속여야 한다’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문건 작성 배경에 대해 “공조파기를 둘러싸고 미 중앙정보국(CIA) 배후설, 권력지분 불만설, ‘한나라당이 이긴다’는 여론조사 보고설 등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어 정확한 진상을 알리고싶었다”고 말했다.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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