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大선거구제 논란 확산]“지역주의 탈피” “정계개편 음모”

  • 입력 2002년 12월 24일 18시 39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구도 정치의 타파를 위해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고 영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 이참에 ‘호남당’ ‘영남당’이라는 오명을 벗어 던지자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 당선자가 2004년 총선을 겨냥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가시화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중·대선거구제 얘기를 꺼냈는데 이는 국회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다. 노 당선자가 무슨 의도를 가진 게 아니냐”고 문제삼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장기적으로는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없지 않지만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영남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는 있겠지만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당선될 수 없는 게 현실인 만큼 손해가 더 크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11, 12대 총선처럼 선거구당 2명씩 뽑는 게 아니라 3∼5명씩 선출하면 호남에서도 한나라당이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24일 “한나라당은 중·대선거구제를 민주당의 ‘동진(東進)’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는데 그렇게 협소하게 볼 필요가 없다. 특히 민주당 강세인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많은 의석을 건질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또 정치 신인의 국회 진출이 어려워진다는 논리에 대해 “20, 30대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보이면서 참신한 인물이 정치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구당과 지구당위원장제를 폐지하는 등의 정당 개혁 및 정당연설회를 없애고 모든 선거비용을 국가가 제공하는 완전 선거공영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민주당 한나라당 모두 지역구 사정이 제각각인데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의원들의 반발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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