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제거 시설은 어떤곳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26분



북한이 5㎿ 원자로의 봉인을 뜯어낸 것은 전력생산이라는 명분에 일부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폐연료봉 저장시설과 방사화학실험실은 전력생산과는 무관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이곳의 봉인까지 제거한 것은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고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방사화학실험실은 폐연료봉을 화학적으로 처리,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시설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곳의 봉인을 해제한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한다.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은 북한이 최악의 상황에서나 꺼낼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방사화학실험실에서는 폐연료봉을 잘라 용매추출방식으로 플루토늄을 추출하게 되는데 플루토늄 239와 240 가운데 239가 93% 이상이어야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데에는 3, 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처리시설은 5㎿ 원자로와는 달리 완공까지는 추가공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연료봉 저장시설에는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 3∼6개 제조가 가능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8000여개의 폐연료봉이 보관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폐연료봉 봉인을 뜯었다는 것은 전력생산이 아닌 핵무기 개발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 원자로에서 서쪽으로 75m 떨어진 지점에, 지하통로를 통해 원자로와 연결돼 있는 폐연료봉 저장시설은 이중삼중으로 봉인돼 있다. 폐연료봉은 아르곤가스를 주입한 스테인리스통에 22개씩 넣어져 수조 속에 보관돼 있는데 미국의 NAC사가 96년부터 3년간 밀봉작업을 실시했다. IAEA는 1994년 밀봉전에 폐연료봉을 정밀 분석, 사용기간 등을 측정하려 했으나 과거 핵활동 내용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북한의 반대로 계측은 하지 못했다.

IAEA는 수조속의 스테인리스통 400여개씩을 묶어 IAEA 사찰관이 아닌 다른 사람이 건드리면 반드시 흔적이 남도록 봉인장치를 해놓았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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